일서 출판기념회 갖고 19일 "북경 출발"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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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매스컴들은 문익환 목사와 함께 작가 황석영씨(46·본명 황수영)도 평양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씨와 가깝게 지내던 국내 문인들은 황씨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설 『무기의 그늘』일어판 출판기념회에 참석차 도일했다가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지난 19일 연변 문인들을 만나기 위해 북경을 향해 출발한다고 전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서울에 있는 황씨의 부인 김명수씨에 따르면 19일께 황씨로부터 『일본의 지방에 다녀와서 다시 연락하겠다』는 전화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인들은 황씨가 북경을 향해 떠난 일자와 문목사의 북경경유 입북 일정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목사의 북한행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정경모씨가 황씨의 『장길산』을 일어 판으로 번역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전부터 친근한 사이여서 황씨가 문목사와 북경서 만나 동행하도록 주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황씨는 43년 만주 장춘 출생으로 경복고·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62년 『사상계』신인문학상에 『입우부근』으로 입선·데뷔한 이래 『명지』『한씨년대기』『삼포가는 길』『장길산』『무기의 그늘』등 공장노동자·광산노동자·월남 파병 등 민중적 시각에서 자신의 체험을 담은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다. 특히 대하역사소설 『장길산』은 일본·미국 등지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중국 연길에서 발행되는 『인민문예』지에도 연재됐었다.
황씨는 88년 광주항쟁 전개과정을 그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5월 광주민중항쟁 기록』으로 유언비어 유포혐의를 받아 구류 10일을 선고받기도 했다.
황씨는 88년말 기존의 예총과 성격을 달리하는 민족예술인 총연합(민예총) 준비위원 대표로 민예총을 출범시켰고 현재 대변인을 맡고있다.
황씨는 근래 개인적으로 북한방문을 희망해온 것으로 문인들에게 알려져 왔고 이번 일본방문도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으로나 민예총의 간부로서 북한 당국에 의해 교류교섭이나 초청을 받은 일은 없었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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