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순직 김 소령과 '공사 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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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K와 운명을 함께한 고 김성대(36.공사 41기.(左)) 소령과 이재욱(32.공사 44기.(右)) 대위를 잃은 가족과 부대 장병은 비탄에 잠겨 말을 잇지 못했다. 부대에서는 전도양양한 파일럿이었고,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버지.남편이었기에 이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김 소령은 F-5, F-16 전투기를 몰다가 F-15K 조종사에 도전, 당당하게 선발된 뒤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국에서 비행교육을 받았다. 귀국해서는 대대 F-15K 교관을 맡았으며 2월 작전사령관과 비행단장의 지휘 비행 때 전방석에 탑승했을 정도로 비행 기량을 인정받았다. 공사 재학시절 럭비 선수 대표와 전대장 생도를 지냈으며 2등으로 졸업해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1900여 시간의 비행 기록을 갖고 있으며 공군 간호장교 출신의 아내와 아홉 살 아들, 네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대구 출신인 김 소령은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의 병 시중을 들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등 집안의 기둥 역할을 했다.

인천 출신의 이 대위는 조종간을 잡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한 유능한 파일럿이었다고 동료는 입을 모았다. F-15K 대대 마크인 '재규어'와 대대 모자 모양까지 직접 디자인할 정도로 F-15K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대대 창설 이후 지금까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부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1000여 시간의 비행 기록을 보유한 이 대위는 네 살 난 아들과 돌이 갓 지난 딸을 두고 있다.

김 소령의 동기인 김병훈(36) 소령은 "뛰어난 재능에 인간미를 갖춘 훌륭한 파일럿 두 사람을 잃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이번 사고는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블랙이글 소속 고 김도현 소령이 에어쇼 도중 추락해 순직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일어난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재욱 대위는 김도현 소령과 공사 동기다.

한편 유가족은 대구 11전투비행단 체육관에 마련된 빈소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의 영정 사진을 보곤 오열했다.

공군은 두 조종사에게 한 계급씩 추서했으며 9일 부대장으로 영결식을 치른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키로 했다.

대구=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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