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숨이 막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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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2개 역엔 구급차 대기>
서울지하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부분운행중인 지하철 운행간격이 더욱 벌어져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서울지하철은 아비규환의「지옥철」로 변했다.
운행간격이 평소 3∼4분에서 2배가 넘는 6∼8분으로, 심할 경우 3∼5배가되는 14∼21분으로 늦어져 출근길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지하철마다 초만원을 이뤄 정원의 2∼3배씩 태우고 운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워엔 승객들의 질식사고가 발생하는가하면 승객들에게 떠밀려 차 유리창이 파손, 부상사고가 속출하고 있으며 역사무실에 몰려간 승객들의 항의소동도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기관사 등 근무요원들의 과로누적과 정비 및 검수 미비로 차량운행 안전사고까지 겹쳐 승객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있다.
서울시는 동대문 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12개 역에 앰뷸런스까지 비상 대기시키고 있다.
◇비명승차=운행간격이 크게 늘면서 지하철마다 승객이 정원의 2∼3배씩 타는 바람에 열차 안에서는 서로 얼굴이 맞닿을 지경이며 몸을 움직이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승객들은 승·하차 때마다 아우성을 쳐야하며 서로 먼저 타고 내리려고 밀고 밀리는 바람에 차 유리창이 떨어져 나가기까지 했다.
20일 오전 8시40분 성신여대 입구 역에서 한꺼번에 승객들이 내리려다 객차 유리창이 승객들에게 밀려 깨지기도 했으며 수동개폐기를 이용 ,비상탈출하기도 했다.
승객 이경배 씨(42·회사원 서울 가락동 시영아파트 34동)는『부녀자·노약자는 지하철 이용을 아예 포기해야할 판』이라고 했다.
◇잇단 항의=아수라장의 열차운행에 지연까지 갖자 승객들의 항의가 잇따라 역사무실마다 몰려든 승객들이 집기를 부수기 일쑤다.
20일 혜화 역과 성신여대 역에서는 승객 1천여 명이 초만원 열차에 항의, 사무실 유리창과 기물을 부수는 소란을 벌였다.
동대문 역에서는 21일 아침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연결통로 3백여m를 가는데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차 무려 15분이나 걸려 제때 열차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기도 했다.
◇안전사고=정비불량·검수 미비로 열차안전사고까지 잦아 20일 오전 8시20분 왕십리 역에서는 전동차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으며 지난 17일 동대문 역에서도 전동차 연결고리 부분에서 불이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질식사고=20일 오전 8시50분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 역에서 초만원인 채 서울역방향으로 가던 전동차 대형유리창 3장이 승객들에게 밀려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다른 전동차가 차례로 연착, 대기 중이던 뒤 전동차 승객 7명이 차내에서 질식, 실신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소동은 지하철 노조파업으로 평소 출·퇴근 때 2분 간격이던 전동차 배차시간이 6분으로 늘어난 데다 승객도 한 칸에 정원 3백여 명의 2배인 6백여 명을 태우고 무리한 운행을 하다 일어났다.
사고는 이날 오전 8시40분쯤 창동 차량사무소 소속 4049호 전동차 (기관사 박주남·32)가 구내로 들어선 뒤 출입문이 열리는 순간 4 ,6호 차에 타고있던 승객들이 한꺼번에 출입구로 몰리며 출입구 옆 유리창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이중 3장이 떨어져나가 일어났다.
이 때문에 역무 안내원들이 사고차량의 승객들 중 일부를 옆 차량에 옮겨 태우느라 10여분간 차량출발이 지체됐고 이 사이 역 입구에 진입해 10여분간 대기 중이던 4051호 전동차(기관사 남기옥·40)내 승객들 중 김은진 씨(24·간호원·서울 길음 3동 914의 27)등 여자승객 6명과 남자승객 1명 등 승객 7명이 질식해 실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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