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지성' 유진오 선생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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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한민국 헌법의 토대를 놓은 현민(玄民) 유진오(1906~87.사진)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1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다.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인문사회연구원(이사장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이 주최한다.

법학자(초대 법제처장).교육자(고려대 총장).문학가.정치가(신민당 총재 역임)로 활동했던 현민의 다채로운 면모를 되새겨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조명의 키워드는 '역할 분담론'이다. 식민지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일군 지도적 인물들의 서로 다른 역할이 조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과 국내에서 실력배양을 했던 이들이 각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그런 점에서 독립운동의 의미를 강조하는 가운데 저평가되온 실력배양론의 의미를 재평가하는 자리라 할 수 있겠다.

현민은 실력배양 쪽이다. 경성제대 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20대에 이미 보성전문 교수로 재직했을 정도로 그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해방 직후 제헌 국회에서 헌법을 만들 때 그는 유일한 헌법학 전공자로 참여했다.

행사를 기획한 홍일식 이사장은 "해외에서의 식민지 해방투쟁과 더불어 근대화.산업화의 초석을 마련한 일군의 국내 지식인들이 오늘의 대한민국 건설에 이바지한 '그 위대하고도 절묘한 역할분담'을 현민의 생애를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고려대 명예교수, 박영식 전 연세대 총장, 김인환 고려대 교수, 김중위 전 국회위원 등이 현민의 업적을 회상하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재우 교수는 "현민이 기초한 헌법 초안에는 자유민주주의적 헌법관과 사회민주주의적 헌법관이 아울러 반영돼 있다"며 "현민은 행정부의 독재를 막기 위해 시종일관 책임내각제를 선호했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이어 "이승만 박사의 반대에 부딪혀 권력구조가 대통령제로 결정되자 현민은 그 보완책으로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국무원제도를 두어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를 종합 절충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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