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인간」6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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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년 전 소련 당국에 의해 반역자의 낙인을 받고 국외로 추방된「알렉산드르·솔제니친」은 비밀경찰에 체포되던 날 짤막한 에세이를 하나 썼다.
『거짓되게 살지 말자』는 제목의 이 마지막 에세이에서「솔제니친」은 당시 소련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하나의 커다란 지주였던「거짓 에 대항하여 소련 국민들에게「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정직한 인간」이 되는 길을 제시했다. 6개 항목의 구체적 행동규범까지 담고 있는 이 에세이는 오늘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존경을 한 몸에 지닐 정직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시민은 그의 견해로 판단, 진실을 왜곡하는 어떠한 짧은 글이라도 이를 쓰거나 이에 서명 또는 인쇄하지 말 것.
둘째, 자신의 이익이나 타인의 종용에 따라 사담이나 많은 사람이 참석한 자리에서도 이러한 글 또는 말을 일체 발설하지 말 것.
셋째, 자신의 욕구나 의지에 반할 경우 데모나 집회에 참석토록 스스로 강요당하지 말 것 이며, 또 전적으로 자신이 수긍하지 않은 슬로건이나 깃발을 공중에 쳐들거나 손에 들지 말것.
넷째, 자신이 진심으로 동조하지 않는 제의를 손을 들어 찬성하지 말 것이며, 아울러 의심스런 활동을 하고 있거나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인물을 위해 공개 또는 비밀리에도 지지하지 말 것.
다섯째, 연설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허위사상이나 선전을 유 포하고 있음을 간파할 경우 집회·강연회·연극 또는 영화관등에서 즉각 퇴장할 것.
여섯째, 정보가 왜곡되거나 주요 사실이 은폐되어 있는 신문이나 잡지를 예약 또는 구독하지 말 것.
당시는 출판도 되지 못한 채 모스크바 지식인 사이에 비 밀리 회람되어 읽혔던 이 에세이가 최근소련평화위원회가 발행하는 월간『20세기와 세계』지에 게재되었다. 그뿐 아니라 별도의 논평을 통해「솔제니친」을 페레스트로이카의 공로자로 평가한 것을 보면 그의 복권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일직이『한 나라가 위대한 작가를 갖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정부를 갖는 것과 같다』고 한「솔제니친」의 말이 기억에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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