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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선거제·예산안 묶어 처리" 이해찬 "이런건 처음, 경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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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이 끝나자 산회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이 끝나자 산회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헌법에 규정된 내년도 예산안 처리 기한(12월 2일 자정)을 넘긴 3일에도 여야는 예산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담이 결렬된 뒤 “의장으로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3당 논의만 지켜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 원안을 상정했다. 앞서 예산안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지난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황이었다.

여야 협상 결렬…文의장, 정부 예산안 본회의 상정 강행

본회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당·무소속 의원 등 105명이 출석(의사정족수 60명, 의결정족수 150명)한 가운데 열렸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정부 예산안 제안설명을 마친 15분 뒤 산회했다. 문 의장은 “(여야 합의로) 수정안이 제출되면 상정해 표결하겠다”며 여야의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측 의석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측 의석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여야의 입장차는 이날 낮 12시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 문 의장의 ‘초월회’ 오찬 회동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야 3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과 새해 예산안을 정기국회에서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내가 30년 정치했는데 선거제를 예산안과 연계하는 건 처음 본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연계할 거면 선거제 논의를 할 필요도 없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선거제와 예산안을 연계하는 건 국민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이 대표 뜻에 동조했다. 다만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면 야권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다”(김성태 원내대표)며 이날 본회의에 불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최한 초월회 오찬 행사가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렸다. 이날 정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의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최한 초월회 오찬 행사가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렸다. 이날 정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의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문 의장도 “선거제도 문제는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 차곡차곡 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뚝딱 고쳐질 수 없다”며 야 3당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 회동을 갖고 “두 거대 양당이 유불리에 따라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다. 선거제 개편 역시 정기국회 내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 3당은 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공동 농성에 돌입하고, 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도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비슷한 시각 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만나 협상을 이어갔지만, 야 3당이 선거제 개편과 예산안 연계 처리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예산안 처리 시점을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만 확인했다. 홍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시점과 관련해 “작년에도 12월 6일에 처리했는데, 관행적으로 하루씩 늘어나면 안 된다. (야당에) 5일 또는 6일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며 “(야 3당의 공동행동은) 예산안을 무한정 표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선거법 합의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선거법과 관련해) 어느 정도 수용할 정도의 합의가 나와야 예산안 처리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이야기를 나누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이야기를 나누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 소수만 참여하는 ‘소(小)소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재개돼 예산안 감액심사를 이어갔다. 한 예결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소위에서 보류한 안건 246건 중 전날 심사로 재보류된 안건을 갖고 다시 논의 중”이라며 “이 작업이 끝나야 각 당 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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