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전 운행에 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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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하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조업에 나선 근로자들도 휴식 없는 연속 근무의 과로에 시달리고 정비 불량에 따른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돼 부분 운행마저 단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기관사· 차장 등 승무원은 전직 기관사와 철도청 등 타 기관 지원 요원으로, 역무업무는 청원경찰 및 시공무원으로 각각 대체 또는 지원 근무를 하고 있으나 정비 점검에 필요한 사설· 설비는 기술자 충원이 거의 불가능한데다 우선 급한 수송 업무에 밀려 적절한 정비· 점검을 못하는 채 운행하고 있어 승객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노조 측은 계속 조업을 거부하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 20일 오전 기자 회견을 갖고 17개 항목의 「대형 사고 예상 사례」를 발표, 지하철 임시 운행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력 측면에서 보면 시설 정비와 선로 보선 등을 맡고 있는 시설 지부의 경우 군자· 창동· 지축기지 등 3곳의 정비1검수원 7백40명중 20일 오전 현재 복귀했거나 복귀 의사를 밝힌 노조원은 6백50명으로 88%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조업에 나선 인원은 1백 여명선.
신호 통신· 전기 등을 담당하는 설비 지부도 8백명 중 90%가량의 「복귀율」을 보였으나 대부분 복귀 후 다시 이탈, 야당 당사 농성에 다시 합류하거나 작업장에 남아 있더라도 현업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공사 측은 이에 따라 전동차 차량 정비 요원 40명과 보선 72명, 영선 35명, 설비 30명 등 1백77명의 긴급 기술 지원 반을 본사 직원들로 구성했으나 절대 인력이 부족한데다 부문별 기술적 특수성으로 차량 입· 출고 및 전동차 출입문 점검 등 간단한 일상 점검 외의 주· 월 단위 정비 점검과 정밀 점검은 전혀 못하고 있다. 장기화할수록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1,2호선 전동차의 경우 군자 기지 대신 홍대역과 삼성 역이 임시 정비소로 이용되고, 4호선 차량도 창동기지 대신 서울역에서 임시로 점검해 정비다운 정비를 못하고 있다.
특히 6개월 단위의 세부 점검은 군자 기지에서만 가능하나 노조원들의 파업 농성과 강제 해산 이후 군자 기지가 제구실을 못해 정밀 점검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실제로 파업4일째인 19일까지 이미 출력· 표시등 불량· 출입문고장 등 전동차 고장 11건을 포함 26건의 고장이 발생해 2량은 입고 처리됐고 자동 발매 기와 개· 집표 기도 1천8백99개중 4%인 73개가 고장나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그러나 이같은 고장은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고 정비 불량이 계속될 경우 궤도 이탈· 전복 등 치명적인 사고까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우선 철도 교차로의 궤간 조정을 하는 전철 기는 잘 부러지는 데다 자갈이 끼면 탈선 및 전복까지 우려돼 1일3회 이상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업 직전인 15일 오후3시쯤 서울 대역과 봉천역 사이의 교차 선로가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 황급히 수리하기도 했다는 후문.
특히 서울역∼청량리의 1호선 터널 구간에는 교차로가 24곳이나 되고 모두 노후돼 있어 담당자가 아니면 세밀한 점검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운행· 멈춤을 알리는 신호기 램프도 필라멘트가 끊어지거나 먼지가 끼어 흐려지면 시속1백㎞로 달리는 전동차에서 잘 안보여 오인 운전에 따른 충돌 위험이 있고 출입문 제어장치도 먼지 등으로 고장이 잦은데 이 경우 운행 중에 갑자기 출입문이 열려 추락사고 위험이 있다고.
노조 측은 이 외에도 정비 불량 상태로 운행이 계속될 경우 ▲제동장치 마모 ▲변전실 고장에 따른 환기· 침수 사고 ▲유· 무선 통신망 두절시 고장 식별· 작동 불능 및 충돌 위험 등을 들어 전면적인 운행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최소한 운행에 필요한 필수 점검 사항들은 밤샘 작업을 계속하여 반드시 점검을 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밀 점검은 철도청 및 대우· 현대 중공업 등 제작 업소에서 실시토록 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특히 『고장 발생시 자동 적발 조치 장치가 완비 돼 있고 신호 체계도 완전 자동화되어 있어 대형 사고의 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체 승무원의 경우 오르막길 등 선로에 익숙지 않은데다 3∼4년씩 현업에서 떠난 뒤일시 복귀한 전직 기관사가 대부분이어서 적응이 쉽지 않고, 인력 부족으로 이미 5일째 계속해서 근무에 나서는 등 과로가 겹친 상태여서 인력 지원이 획기적으로 되지 않는 한 장기간 근무를 지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급히 정상 운행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지하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노조와 공사 측은 시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여전히 평행선 대립이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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