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속옷 사이즈 어떻게 돼?"…아르바이트 중 성희롱 피해 3명중 1명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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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을 실태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 꼴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을 실태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 꼴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속옷 사이즈가 어떻게 돼? 속옷 사줄까?” “아가씨, 스무 살이면 해볼 거 다 해봤겠네. 콘돔 좀 추천해줘.” 아르바이트하는 청년 3명 중 1명은 이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아르바이트 청년 10명 중 7명이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전국 알바생 6722명 대상 실태조사 #응답자 31% '알바 중 성희롱 경험했다' 답해 #성희롱 피해로 '죽고 싶은 기분 들었다'고도 #서울시, 알바천국 등과 '위드유' 업무협약 #"성희롱 사각지대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

3일 서울시는 온라인 직업정보서비스업체인 알바몬·알바천국과 공동으로 지난달 12일부터 21일까지 10일간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7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1%가 ‘아르바이트 중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희롱‧성폭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행위자는 ‘남성 고용주’가 3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남성 손님(27%), 남성 동료(21%), 여성 고용주(5%), 여성 동료(4%) 순이었다. 성희롱 피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규모는 ‘4~10인 미만’이 41%였고, ‘1~4인 미만’은 25%, 30인 이상 규모 사업장에서는 17%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성희롱 사례 중 ‘불쾌한 성적 발언(27%)’이 가장 빈번하다고 꼽았다. “속옷 사이즈가 어떻게 돼? 속옷 사줄까” 같은 발언이다.

‘외모 평가’(25%)도 자주 발생하는 성희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아르바이트생에게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쳐다보느라 커피를 쏟았네”라거나 “예쁜이 보러 내가 여기 맨날 온다”고 얘기하는 사례가 흔했다. 남성 아르바이트생들은 “남자답게는 생겼는데 전 알바보다 못생겼네”라는 말을 성희롱으로 꼽았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응답한 아르바이트생도 20%나 됐다. 손님이 갑자기 아르바이생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에 갖다 대고는 “어때? 허벅지 보면 할아버지 안 같지?”라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성희롱 실태조사 [서울시 제공]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성희롱 실태조사 [서울시 제공]

이런 성희롱을 당한 아르바이트 청년 대다수는 ‘불쾌감과 분노를 느꼈다’(41%)고 답했다. 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었다’(29%), ‘우울했다’(13%)고도 말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은 “그 손님만 오면 불쾌하고 그 손님이 또 올까 봐 불안했다”거나 “돈이 없어서 알바를 하는 게 서러웠다”,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실태조사에 응한 아르바이트 청년 중 29%는 이 같은 성희롱 피해가 거의 월 1~2회는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의 매일 발생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7%나 됐다.

아르바이트 청년들은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는 방법에 대해 대부분 모른다(68%)고 응답했다. 또 성희롱을 당한 뒤에는 60%가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고, 15%는 ‘대응 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상담센터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민원 접수했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실태조사에 응한 아르바이트 청년 중 59%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44%)가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아르바이트 청년 등 성희롱·성폭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 보호를 위해 민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 위드유(#With U)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아르바이트 청년 등 성희롱·성폭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 보호를 위해 민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울 위드유(#With U) 프로젝트' 출범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일 오후 3시30분 ‘서울 위드유(#WithU) 프로젝트’ 출범식을 연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혜련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나영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의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공선욱 알바천국 대표, 이영걸 알바몬 본부장이 기관 간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업무협약은 아르바이트 청년이나 비정규직처럼 성희롱‧성폭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 보호를 위해 각 기관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내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직도 많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자 고민하고 있다”면서 “성희롱‧성폭력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시민의 편에 서울시가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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