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분간 서로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자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나쁘지 않은 소식”이란 반응이다.
무역전쟁 휴전, 국내 영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對)중국 수출 비중(40%)이 높은 편이다. 전자 업종도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를 납품하는 한국 기업이 많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9%(1121억 달러·약 125조원)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가전·반도체는 거의 중국 내수용으로 소진되고 있어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진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도 중국 자동차 소비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자동차 판매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9월에도 판매 대수(193만6000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하면서 현대차(-12%)·기아차(-18%)도 타격을 입었다.
조선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일단 미국의 전반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완화하면서 전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면 선박 발주량이 증가해 한국 조선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는 다만 두 나라 간 ‘휴전’이 당장 매출 증대 같은 직접적인 효과로 연결되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보호무역 대상이 중국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2월부터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세탁기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있다.
또 양국 무역분쟁이 ‘종전’ 아닌 ‘휴전’ 수준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경제·외교·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패권 전쟁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90일 동안 미·중 양국이 진행할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희철·최현주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