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걸고 떳떳이 승부내자"민정|지구당위원장회의「강공 3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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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간평가의 신임연계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던 민정당이 신임연계 쪽으로 목소리를 모았다.
17일 저녁 가락동 정치연수원에서 열린 의원-원외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신임연계론이 절대 다수.
당론결정의 마지막 과정인 이날 회의에선 모두 19명의 발언자가 나서 약 3시간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2, 3명을 제외하고는『대세는 이미 결정됐으니 신임을 걸어 떳떳이 승부하자』고 주장했다.
『정치는 용기가 아니라 현명한 판단』(김종호 의원)이라며 신임연계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냉철히 저울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정면돌파의 대세에 묻혀 버렸다.
그동안「신물나는」여소야대 상황에서 온갖 수모와 좌절을 겪었던 민정당 의원들은 차제에 정면돌파로 정국전환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역설.『난국을 이겨내기 위해선 제2의 6·29 선언인 중평을 신임과 연계시켜야 한다』(김종기 의원), 『우리의 발 밑을 긁어 무너뜨리려는 야당의 눈치를 볼 필요 없다. 신임을 밀고 나가자』(이성호 의원)며 야당 측과 일전을 주창.
율사출신인 이치호 의원은『현실적으로 정책만을 투표에 부쳤다 해도 패배하면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바 이는 곧 정치적 불신임』이라는 해석을 내리곤 어떤 방법으로든 정치적으로 신임과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
김중위 의원은 『지금은 민주주의가 몰락하느냐의 위기상황』이라고 못박고『중평은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신임연계를 우회적으로 주장.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앞다투어 더욱 강경하게 신임돌파를 주창했는데 회의의 첫 발언자로 나선 조순환 위원장(송파 갑)은『돈도 없고 행정선거도 안 되는 상황에서 중평을 이기는 길은 노 대통령의 이미지를 갖고 신임을 거는 길 뿐』이라고 불가피 론을 전개.
이홍배 위원장(구노 을)은『중평은 3김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니 국민심판을 받자』고 했고 박완일 위원장(은평 을)은 한발 짝 더 나아가『이제 기차는 떠났으니 우리는 사생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표위원서부터 지구당위원장까지 모두 진퇴를 노 대통령에게 맡기고 내각도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덤비자』고 전의를 고취.
이밖에 홍희균(동해), 유용태(동작을), 설영주(성동을), 김일주(안양을)위원장들도『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며 신임연계 불가피 론을 강조.
몇몇 발언자들은 신임연계를 아예 기정사실화 해 놓고 『이러기 위해서는 전-최씨 서면증언과 부족하다면 4당 간사 앞 증언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고, 광주배구출신의 지대섭 위원장은『광주문제는 지금까지 변 죽만 울렸지 해결된 것이 없다』며 투표 안에 광주해결책을 포함시키든지 아니면 투표 전에 당 차원의 치유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
투표대상과 관련,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김정남 위원장(삼척)의 제안.
김 위원장은『중평은 자유민주주의 정착의 마지막 기회이니 나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며『평가내용 중에 좌경근절책이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재욱 의원은 색다른 시각에서『과연 노 대통령자신이 약한 대통령인가』라고 묻고『문제는 헌법상 대통령지위가 약하게 되어 있느니 만큼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개헌과 연계.
신임 연계의 열기 속에서도 신중론을 제일 먼저 꺼낸 이는 평소 중평무용논의 소신을 펴 온 남재희 의원.
남 의원은『신임을 걸면 재야 및 운동권의 도전으로 전국적인 화염병사태가 생길텐데 과연 이를 경찰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과격세력의 극단적 도전에 직면할 때 헌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피력.
남 의원은 『설사 이긴다 해도 폐허 위의 승리요,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대안으로 △미국처럼 중간선거를 치르거나 △지자제선거로 정권의「중간채점」을 받자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번 노-김대중회담에서 한 두 군데 자치단체장직선을 연내실시 할 수 있다고 했으니 이를 중평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다시 3김과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
김종호 의원도 남 의원에 합세했는데 『지금은 공직자들조차 민정당을 지지하는지 의심될 정도로 범 여권내 민정당의 위상이 심각하다』며 『따라서 꼭 4월에 해야 한다면 신임대신 정책평가로 하고 만약「부」로 나오면 그 정책만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
오세응 위원장(성남을)은『만약 지금 신임투표를 하면 민정당의 유력 지지 기반인 이북5도민들조차 좌경세력의 득세에 불만이 있어 노 대통령을 거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개진.
이날「중평에 대한 의견조사서」란 제목으로 배포된 설문 서에는 중평방법으로서 △명시적 신임연계 △정책평가 하되 묵시적 신임연계 △신인연계 않는 단순정책평가라는 3가지 갈림길 외에도 단순정책평가를 하되, 일정한 시점에 신임연계표명이란 선택도 있어 너무 대야 전술적이라는 비판.
그밖에 시기에 있어선 △최단시일 △금년하반기 △내년이후 △아예 필요 없다는 4가지선택이 제시됐고, 대상에는 △6·29선언과 선거공약이행여부 △취임 1년간의 민주화추진실천 및 향후정책제시 그리고 △기타의 3가지 안이 등장.
이날 회의에서는 또 당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른 목표 득표 율이 할당 됐는데 대부분의 위원장들은 『너무 높다』고 불만.
목표 득표 율은 △서울 60∼69% △인천·경기 70∼80% △충남·북60∼70% △대구·경북 80∼86% △전남-북 25∼35% △부산 60% 내외인데 최저는 광주 25%이고 최고는 대구 서갑(정호용 의원)과 김윤환 총무의 군위·선산 지역으로 86%이상 90%에 근접하고 있으며 전국 평균은 63·4%.
이날「비」자 도장이 찍힌 득표 율 문서를 받아 쥔 위원장들은『아무리 목표 라지만 너무 높다』고 불평했는데 60%선의 부산지역과 30% 수준의 광주·전남지역 위원장들은『당이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볼멘소리.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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