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 현주엽 '만마' 옥범준, 코리아텐더 태풍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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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프로농구 코리아텐더의 돌풍은 대단했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헝그리 구단'으로 불리면서도 정규리그에서 줄곧 선두권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초보 벤치 이상윤(현재 SK 감독)감독이 황진원.정낙영 등 젊은 국내 선수와 에릭 이버츠.안드레 페리 등 외국인 선수를 지혜롭게 조화시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

코리아텐더는 올해 많이 달라졌다. 연고지를 여수에서 부산으로 옮겼고, 몇몇 스폰서가 나서 고질적인 재정난을 면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상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추일승 감독도 새로 부임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하마' 현주엽이 복귀하고, 대학 정상급 가드 옥범준이 성균관대를 중퇴하고 입단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올 시즌에는 돌풍이 아니라 태풍이 몰아칠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현주엽은 무릎 연골 파열로 최근 1년 새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고 아직도 연골조직 재생 약물을 투약하고 있다. 그러나 현주엽이 부활하고, 옥범준이 전광석화 같은 돌파와 어시스트를 해 어느 팀도 코리아텐더를 가볍게 볼 수 없다. 현주엽은 약물 투입이 극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60~70% 가까운 재생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코리아텐더는 지난 14일부터 노르웨이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4개국 클럽 친선대회에도 출전했다. 현주엽은 두 차례나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당 10분꼴이었고, 득점이나 리바운드 기록은 미미했지만 정규리그 중반까지 러닝조차 어렵다던 당초 예상에 비하면 놀라운 회복 속도다. 현재로 봐서는 개막전 출전도 가능할 전망이다.

옥범준은 노르웨이에 모인 유럽 3개국 클럽팀 감독들 사이에 단연 화제다. 상대팀 선수는 물론 동료들조차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고 패스의 방향도 종잡을 수 없다. 노르웨이 아스케르팀의 슈톨러 바르트 감독은 "3백60도를 다 보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고, 독일 레버쿠젠의 하이모 푀르스터 감독은 "보기 드문 어시스터 능력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스타가 스타 재목을 알아보는지 옥범준에 대한 현주엽의 총애는 대단하다. 현주엽은 "진짜 가드다운 플레이를 한다. 내가 무릎만 다 나으면 정말 멋진 콤비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밝은 표정을 짓는다. 현주엽에 대한 옥범준의 존경과 믿음도 대단하다. "현주엽 선배와 한 팀에서 뛰는 것만도 영광이다. 누구라도 깜짝 놀랄 만한 멋진 농구로 코리아텐더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게 시즌을 앞둔 옥범준의 각오다.

아스케르=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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