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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때 휴대폰 머리맡에 두면 전자파 노출 위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12)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의 감식 모습.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인해 마포구와 용산구, 서대문구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모두 두절됐다. 전자통신 장비의 사고로 도시생활이 마비된 것이다. 뉴스1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현장의 감식 모습.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인해 마포구와 용산구, 서대문구 지역의 유무선 통신이 모두 두절됐다. 전자통신 장비의 사고로 도시생활이 마비된 것이다. 뉴스1

일상생활에서 전자파에 노출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전자파를 발생하는 장치는 방송이나 통신용 안테나(방송국 및 중계소, 기지국, 선박이나 항공 통신용 송신장치, 인공위성 등), 이동식 단말기(휴대전화, 워키토키 등), 레이더, 온열 치료용 의료기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전자통신 장비의 작은 사고로도 도시생활이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자통신장비가 없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회 안전의 기본이 되는 사전 위험 예방에 빈틈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 형태의 전자파에 노출되는 것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할 때 발생하는 파동이다. 매질이 없어도 공간을 통해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전파된다. 빛, 엑스(X)선, 적외선, 자외선,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전자파는 주파수(초당 파동 수)가 낮은 순서대로 전파(장파, 중파, 단파, 초단파, 극초단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빛),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극저주파와 고주파가 유행성 논란 대상

에너지가 강한 엑스선, 감마선 등 위험성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자외선이 피부암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도 많은 이가 안다. 최근 전자파 유해성 논란의 대상은 송배전 선로나 가전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Extremely Low Frequency·ELF)’와  기지국 시설에서 나오는 ‘고주파(Radio Frequency·RF)’다.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휴대전화도 전자파가 뇌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정의돼 논란이 되고 있다.

2011년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파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해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2B군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휘발유·고사리·나프탈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가능성은 아직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된 결과라 인간에게 100%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10년 동안 하루 30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은 뇌에서 발생하는 암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2004년 역학조사 결과가 있을 따름이다.

2011년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파를 분석해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미국 UCLA대와 덴마크 오르후스대 공동연구팀에서도 임산부의 지속적인 휴대전화 사용이 아이의 심신상 장애 확률을 80%까지 높인다고 밝혔다. [사진 중앙포토]

2011년 국제암연구소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라디오파 영역의 전자파를 분석해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미국 UCLA대와 덴마크 오르후스대 공동연구팀에서도 임산부의 지속적인 휴대전화 사용이 아이의 심신상 장애 확률을 80%까지 높인다고 밝혔다. [사진 중앙포토]

임신부가 휴대전화를 자주 쓰면 어떨까. 2008년 ‘역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UCLA대와 덴마크 오르후스대 공동연구팀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산한 덴마크 여성 1만3159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임신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여성이 낳은 아기는 주의력결핍과 감성 장애, 과민성 행동 등 심신상 문제가 있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이 낳은 아기 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길수록 아기에게 장애가 있을 확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 연구에선 임신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여성이 낳은 아이가 7세 이전에 휴대전화를 직접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심신상 장애를 겪을 확률이 80%까지 높아진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런 아이는 어머니와 본인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아이에 비해 감성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25%, 또래와 사회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2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잉행동 장애를 가질 확률도 각각 35%, 49% 더 높았다. 지속적인 전자파 노출은 신경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별히 중추신경계가 발달과정에 있는 태아나 영유아는 전자파 노출이 신경발달 장애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태아 때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뇌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들 연구 결과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현대인(특히 임신부)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임신부가 피해야 할 항목에 흡연과 음주 외 휴대전화 사용까지 포함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의 송배전 선로에서 나오는 극저주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암연구소가 고압송전선로 전자파를 2B군 발암물질로 정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자파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833mG까지 허용하는 국가도 있어 어떤 기준이 적당한지 혼란스럽다.

중요한 건 시민과 전력회사, 전문가들이 함께 적절한 합의를 끌어내는 일인데, 사전주의 원칙에 따라 시민의 건강피해를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대폰 하루 3시간 이상 통화하면 암 위험 커져

산모, 영유아, 초등학생 뿐 아니라 성인도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유해할 수 있다. 전자파에 어느 정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freejpg]

산모, 영유아, 초등학생 뿐 아니라 성인도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유해할 수 있다. 전자파에 어느 정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freejpg]

특별히 산모, 영유아, 초등학생들에게 극저주파의 지속적인 노출은 유해할 수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사람의 얼굴 부분과 머리부위가 휴대폰의 에너지 발생원으로부터 지나치게 가까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각국에서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규정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4월부터 휴대폰의 전자파흡수율(SAR) 측정을 의무화함에 따라 휴대폰 제조업체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 여부를 시험받아 합격한 후에야 해당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 제조업체는 신규 제품에 대한 형식등록 시 전자파흡수율을 측정한 시험성적서를 첨부해 신청해야 하며 전자파흡수율 기준(1.6W/kg)을 통과한 휴대폰에 한해 유통·판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휴대폰 구매 시 휴대폰의 전자파흡수율(SAR)을 확인해 전자파가 노출이 적은 휴대폰을 사용해야 한다. 하루 3시간 이상 지나치게 통화량이 많거나, 한쪽으로 통화를 지속하는 경우 암 발생의 위험이 커진다.

태아와 영유아는 특별히 전자파에 취약하다. 조기에 노출되면 될수록 신경발달 장애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어린이도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전자파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커진다. 전자파에 어느 정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어린이에게도 알려줘야 하는 것이 필요한 건 그래서다.

성인도 휴대폰을 바로 머리맡에 두고 자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2~3m라도 반드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휴대폰이지만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 우리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keep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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