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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갖는 힘 믿는다" 캐러번 모녀 찍은 한국인 사진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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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메사와 5살짜리 쌍둥이 두 딸이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수비대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씨가 찍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메사와 5살짜리 쌍둥이 두 딸이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수비대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씨가 찍었다. [로이터=연합뉴스]

1972년 베트남전 당시 벌거벗은 어린아이가 네이팜탄을 피해 달아나는 AP통신 사진기자 닉 웃의 사진은 전 세계에 반전 여론을 불러왔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훌쩍 넘은 2018년 멕시코의 미국 접경 도시 티후아나에서 미국 국경순찰대의 최루탄을 피해 기저귀 차림의 두 딸이 손을 꼭 잡고 위태롭게 달아나는 중미 출신 이민자 모녀의 사진은 최근 미국 주요 언론과 SNS를 타고 퍼지며 미국의 이민정책에 대한 비난의 맨 앞에 서게 됐다.

김경훈 기자(왼쪽)이 25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취재 중 동료 사진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김경훈]

김경훈 기자(왼쪽)이 25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취재 중 동료 사진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김경훈]

이 사진을 찍은 기자는 로이터통신의 한국인 사진기자 김경훈 씨(44)로 지난 14일부터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번)을 따라 멕시코시티에서 출발해 그들의 여정을 기록하며 이곳 티후아나까지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사진을 게재하며 최근 미국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사진이 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러밴 입국 금지 정책을 비난할 때마다 이 사진을 들고 흔드는가 하면 김 씨는 물론 사진 속 주인공 마리아 메사 (40)에 대한 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당시 다섯 살짜리 두 딸과 함께 사진에 찍힌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메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했다.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 이민자 숙소에서 만난 사진 속 메사와 두 딸.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 이민자 숙소에서 만난 사진 속 메사와 두 딸. [로이터=연합뉴스]

메사가 26일(현지시간) 최루탄 잔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사가 26일(현지시간) 최루탄 잔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 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사진들은 지금 국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며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사진 찍은 것뿐인데 화제가 되고 있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같은 날 그는 자신의 SNS에 "오늘 하루 8개의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한 장의 사진이 가진 힘을 믿는다"고 올렸다. 김 씨는 취재 후 이민자 숙소를 찾아가 메사의 안부를 물었다고 밝혔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저널리즘 사진을 전공한 김 씨는 현재 로이터통신에서 15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서울지국과 베이징지국에서도 근무한 베테랑 사진기자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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