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어오는 세금 4조원 때문에 예산심사 이틀째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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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닷새 앞둔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가동이 이틀째 중단됐다. 세수 결손 4조원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27일 오전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안상수 위원장과 회동을 하던 중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자리를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자유한국당 장제원, 자유한국당 안상수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바른미래당 이혜훈. [연합뉴스]

27일 오전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안상수 위원장과 회동을 하던 중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가 자리를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자유한국당 장제원, 자유한국당 안상수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바른미래당 이혜훈.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들어와야 할 세금 중 무려 4조원이 비었다는 것인데, 이런 엉터리 예산안이 어디 있느냐"며 이날도 예산심사를 거부했다.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름도 거창한 슈퍼예산을 짜면서 4조원 결손이 발생한다는 것은 심각한 예산착오"라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 의원은 "2008년에도 예산안 제출하고 나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수정안을 제출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예산심사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국회예산안 법정기일 통과를 막는 경우는 있었어도, 정부가 막는 건 단군이래 처음"이라며 "지금 정부와 여당 모습은 부모님 수입 줄었는데 더 쓰겠다고 아우성치는 철부지 같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수석부대표도 "슈퍼예산도 좋은데 마이너스 예산은 안 된다”며 “한줄짜리 답변으로 (세수결손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는 건 정부·여당이 예산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지방재정분 2조9천억원, 유류세 한시 인하 1조1천억원 등으로 인해 4조원 정도의 세입 변동이 발생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야당은 "국가 채무를 늘리는 국채발행은 허용할 수 없다"며 정부가 자체적으로 4조원 세출 감액 방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예산 심사에 속도를 내면 세수 감소분 등을 확정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용진 기재부 2차관과 만난 뒤 "예산심사 소위를 파행으로 만들고 정부·여당에 요구하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겠다"며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이런 방식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저도 각오를 했다"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니라, 야당이 정부에게 내놓을 수 없는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며 “밥을 한창 짓고 있는데 숭늉부터 내놓으라고 솥을 엎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와 관련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개막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세수결손 4조원은 정부가 의도한 게 아니다"라며 "세수 결손은 중앙정부 재원이 지방으로 옮겨가거나 서민을 위한 정책의 일환인 만큼, 예산 심의 지연이나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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