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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더 머물고파서"…'펫샵 강도' 벌인 중국인이 뺏은 것은?

중앙일보

입력

강아지 인형 관련 이미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강아지 인형 관련 이미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지난달 2일, 중국 국적의 이모(20)씨는 3개월로 받은 체류 허가가 2주일 남짓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후 9시50분쯤, 이씨는 경남 창원의 한 애견용품점에 과일칼을 들고 들어갔다.

"출국할 때가 다가오자 범행을 저질러서라도 한국에 더 머물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나중에 검찰이 이씨를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쓴 내용이다.

애견용품점엔 30대 여성이 혼자 일하고 있었다. 이씨는 여성에게 과일칼을 휘두른 뒤, 강아지 인형 1개를 빼앗아 달아났다.

검찰은 이씨를 ‘특수강도죄’로 기소한다. 야간에 침입한데다 흉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강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법정형이지만, 특수강도죄는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더 무거운 범죄다.

창원지법 전경. [연합뉴스]

창원지법 전경. [연합뉴스]

이씨는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 장용범)는 한 차례 재판 끝에 지난달 15일 선고를 내렸다. ‘특수강도’라는 죄의 무거움 때문에 실형을 선고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재판부는 이씨의 범행 동기ㆍ범행 방법ㆍ범행 후 태도 등 참작할만한 정상이 많다고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폐쇄회로(CC)TV 등을 근거로 “이씨는 피해자와 상당 거리에 떨어져 과도를 허공에 휘두르고, 피해자에게 ‘경찰에 신고하라’는 행동을 하고 곧바로 가게를 나갔다”고 봤다. 이런 어설픈 행각과 더불어 “취득한 재물이 시가 5500원 상당의 강아지 인형 1개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직접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문제의 강아지 인형을 피해자에게 돌려줬고, 피해자도 “이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표시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양형기준상 ‘처벌불원’은 중요한 감경 요소다.

이 판결은 검찰과 이씨 중 아무도 항소하지 않아 23일로 확정됐다. 이씨는 집행유예 선고와 동시에 석방됐지만, 출입국관리소로 넘겨져 강제 퇴거 절차에 들어갔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금고나 징역형이 선고되면 옥살이를 한 후 강제로 퇴거된다(출입국관리법 46조 1항 13호).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도 마찬가지로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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