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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수모' 겪은 일본의 반성…그들은 특별한 기지국 세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월 강진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를 강타하자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는 동부 구시로(釧路)시에서 ‘다이존(大ゾーン·광역) 기지국’을 가동했다.

미국,허리케인때 무선중계기 탑재차 급파 #영국은 6월 비자카드 결제 장애로 '재앙'

지진으로 발전소가 멈춰서면서 정전이 발생했고, 이는 통신 장애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정전사태로 암흑이 된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야경(위). 아래는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하코다테의 야경. 2015년 11월 촬영.[AP=연합뉴스]

지난 9월 정전사태로 암흑이 된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야경(위). 아래는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하코다테의 야경. 2015년 11월 촬영.[AP=연합뉴스]

  다이존기지국은 재해때만 가동되는 기지국이다. 통상 반경 1~2km 정도만 커버하는 일반 기지국과는 달리 반경 7km를 커버할 수 있다. 한 기지국이 피해를 입더라도 해당 지역을 인근에 있는 다이존기지국이 대신 커버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NTT도코모 등 일본의 이동통신사들이 광역기지국 설치에 나선 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다.  당시 NTT도코모만 해도 6720개 기지국이 피해를 입었다.
복구에만 1달반 정도가 걸렸고, 지진과 쓰나미에 통신 두절이 겹치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후 일본의 통신사들은 “두번 다시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지진이나 화재 등 재해에 대비해왔다.

9월 홋카이도 지진 당시 통신회사가 대여해 준 충전기에 휴대폰들이 매달려 있다. 윤설영 특파원

9월 홋카이도 지진 당시 통신회사가 대여해 준 충전기에 휴대폰들이 매달려 있다. 윤설영 특파원

 NTT도코모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100곳이 넘는 지역에 다이존기지국을 만들었다.
 그중 실제로 가동된 건 이번 홋카이도 구시로시가 처음이었다.

일본의 이동통신사들은 다이존지기국뿐만 아니라 다른 대비책에도 몰두하고 있다.
KDDI는 홋카이도 지진 당시 도마코마이(苫小牧)항 앞바다에 ‘KDDI 오션링크’라는 이름의 선박형 기지국을 띄웠다. 지진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편안하게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었다.

지난 9월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진도 7이 관측된 일본 홋카이도 아쓰마초 산사태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소프트뱅크는 드론을 띄워 무선중계국으로 활용하는 연구에 한창이다. “드론을 무선중계국으로 활용하면 통신장애를 줄이는 건 물론, 토사 붕괴 등으로 인한 피해자 수색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다.

재해대국인 일본의 통신사들은 재해가 발생하면 와이파이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데이터 통신 사용료의 일부를 면제해주고 이용대금의 지불 기한을 연장해 준다. 하지만 직접적인 보상이나 기본요금 할인엔 인색한 편이다.

지난 2012년 1월 약 252만명이 4시간여 동안 인터넷 접속이나 메일 송수신에 어려움을 겪었던 NTT도코모 통신장애 때도 가입자에 대한 보상문제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산불과 동부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휴대전화ㆍ인터넷 대란이 빈발하는 미국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지역인 남부 말리부시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벤투라 카운티와 북부 뷰트 카운티에선 기지국 중계탑이 화재로 소실되며 구조에 필수적인 휴대폰이 먹통이 됐다.

 이에 AT&T, 버라이존 등 이동통신 회사들은 임시 기지국인 이동형 통신트레일러(MCTs)를 급파했다.

대형산불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의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9일(현지시간) 차량과 주택들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대형산불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의 파라다이스 지역에서 9일(현지시간) 차량과 주택들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동부에서도 지난달 플로리다와 조지아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이클’에 40만명이 통신두절 피해를 입었다.  지난 9월엔 허리케인 '플로렌스'로 노스캐롤라이나ㆍ사우스캐롤라이나ㆍ조지아주 이동통신망의 10.7%가 먹통이 됐다.

허리케인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동 경로를 예측해 피해 예상 지역에 이동식 무선중계기(COWs)를 탑재한 차량을 사전에 배치해 피해를 줄이고 있다.

대형 재난때 이동통신 두절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기지국ㆍ무선중계기 등 기반시설 없이 휴대전화 단말기끼리의 P2P통신을 허용하는 메시(Mesh) 네트워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선 6월 비자카드 결제 중단 '재앙'=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지난 6월 비자카드 결제가 갑자기 중단돼 혼란이 빚어졌다.

카드만 들고 다니는 소비자들에겐 '재앙'이었다.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식사를 하려던 이들이 낭패를 봤고, 마트에서 장을 보던 이들은 장바구니를 놓고 그냥 나왔다.

영국에서 전체 신용카드 결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자카드 결제가 막히자 점포들은 ‘현금만 받는다'는 문구를 내걸었다.

당시 앙겔라 레이너 영국 하원의원은 집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나서 비자카드로 결제하려다 실패했다며 “생전 처음 주유후 돈을 내지 않고 왔다. 주유소 직원들이 나를 알고 있어 다행이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유료 고속도로에선 카드로 통행료를 내려던 이들이 결제에 실패하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비자카드 유럽 데이터센터의 스위치 부품 결함으로 발생한 사태로 유럽 전체 거래의 9%가 장애를 겪었다. 이후 언론들은 "비상시에 대비해 두 종류 카드를 갖고 다니거나 현금을 휴대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전했다.

도쿄·런던·워싱턴=서승욱·김성탁·정효식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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