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몇주 새 1억원 오락가락 '부동산 새옹지마'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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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억제하는 정부의 9.5대책으로 서울 강남권의 일부 아파트값이 크게 떨어지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문의가 많다. 얼른 답변하기가 어려워 "글쎄 당분간은 투기억제책의 약효가 먹혀들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얼버무리곤 하지만 속내는 제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억제하니 규제를 안 받는 다른 아파트 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해 정책 입안자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형 주택을 60% 이상 짓게 하는 재건축 기준을 시행할 경우 기존의 대형 평수는 공급부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값이 더 뛸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시장상황은 정반대 양상으로 치달아 장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같은 예측불허 시대에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거래가 많아야 돈을 버는 부동산중개업자들도 요즘 같은 때는 투자를 권유하기가 겁이 날 것이다. 더욱이 국가경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웬만한 배짱 없이는 투자를 강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런데도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떨어질 줄 모른다. 분양가가 그렇게 높은데도 분양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 것을 보면 불경기라고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택거래가 줄면서 가격 거품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황금 같은 강남권 아파트를 당첨받은 사람 중에서 비싼 분양대금을 계속 납부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도 들린다.

경기조차 안 좋다 하니 혹시 분양권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좀 부담이 된다 싶으면 중간에 분양권을 처분해버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입주 때까지 팔 수 없어 시장 상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 정도는 양반이다. 은행돈 끌어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다 상투를 잡은 사람들은 더욱 절박하다. 9.5조치로 재건축이 어렵게 되면서 집값이 몇주 새 1억원 이상 곤두박질쳐 밤잠을 제대로 못 자는 수요자들이 부지기수다.

금값이던 아파트가 어느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가 하면 본전도 안 되던 땅이 주변 개발에 힘입어 급등하는 '부동산의 새옹지마(塞翁之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는 지금의 투자 실패가 나중에 성공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손절매를 강행해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다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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