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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렸다고? 그러나 이 사람이 못보면 첫눈 안온 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33)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인 22일 제주 한라산에서 등반객들이 상고대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인 22일 제주 한라산에서 등반객들이 상고대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2일(목)은 절기 소설(小雪)이었다. 첫눈이 오는 절기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살얼음이 얼고 영하의 추위가 성큼 다가옴을 알려주는 절기다. 겨울 첫 절기인 입동(立冬·11월 7일)은 동장군이 슬슬 기지개를 켜는 절기라면 소설은 동장군이 부하들에게 본격적으로 몸을 풀고 힘을 한번 써 보도록 하는 절기다. 동장군이 부리는 부하 3총사는 ‘한파·얼음·눈’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이 다가오자 이들 3총사의 활동이 예사롭지 않아졌다.

서울지역에 올겨울 첫눈이 오느니 마느니 하고, 올겨울 처음으로 영하의 추위도 기습했다. 영하의 추위가 닥치면 얼음은 절로 따라온다. 지난 20일(화) 기상청은 소설 하루 전인 21일(수) 퇴근 무렵 서울지역에 올겨울 첫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빗나갔다.

기상청은 예보 다음 날인 21일 오후 2시께 “중국 북부에 위치한 찬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비구름대가 빠르게 남동진하는 바람에 서울에 비 또는 눈 내릴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전날의 첫눈 예보를 사실상 거둬들였다.

하지만 한 번 더 서울 첫눈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이번 토요일(24일) 오전 서울지역에 첫눈 가능성이 있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9시 현재 기상청 주말 예보에 따르면 24일 오전에 비 또는 눈 예보가 나와 있다. 가끔 빗나가긴 하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릴 수도 있다니 기대해 봄 직하다.

‘첫눈’ 판정은 아무렇게나 내리는 게 아니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서울기상관측소 근무자가 맨눈으로 공중에서 내려오는 눈을 확인하고서야 첫눈 판정을 내린다. 이곳은 옛 기상청 자리다. 서울 강남에서 눈이 내려도 송월동 관측소 근무자가 볼 수 없으면 “서울에 눈이 온 게 아님”으로 공식 판정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시스템이 그렇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이 올지에도 늘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아직 기간이 한 달 정도나 남아 있어 현재 예보 시스템상 예측이 어렵다. 통계에 따르면 1990년~2017년(28년) 사이 서울지역에 첫눈이 내린 날짜는 평균 잡아 11월 21일이다. 신기하게도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11월 22일경)에 거의 근접해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서울 첫눈 일자를 살펴보면 2015년 11월 25일, 2016년 11월 26일, 2017년 11월 17일이었다.

서울 숭례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 약 1천만 인구를 자랑하는 수도 서울의 첫눈 소식은 유달리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첫눈 판정은 송월동 관측소 근무자가 눈을 확인해야 첫눈 판정이 내려진다. [중앙포토]

서울 숭례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의 모습. 약 1천만 인구를 자랑하는 수도 서울의 첫눈 소식은 유달리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첫눈 판정은 송월동 관측소 근무자가 눈을 확인해야 첫눈 판정이 내려진다. [중앙포토]

약 1천만 인구를 자랑하는 수도 서울의 첫눈 소식은 이처럼 유달리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첫눈이 담고 있는 푸근함과 낭만, 사랑의 감정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유난히 첫눈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렇고,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힘들수록 더욱 그렇다. 몇 년 전 결혼정보회사 엔노블이 미혼남녀 324명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첫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남성의 38.2%는 ‘첫사랑 또는 옛 애인’이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여성의 40.2%는 ‘현재 호감 가는 이성’이라고 응답했다.

‘눈’ 하면 대개 낭만과 사랑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재해나 신체 사고와도 연결되는 이중성이 있다. 내린 눈이 얼어붙어 생기는 빙판길에서 당하는 낙상사고는 특히 장·노년기 사람들에겐 생명이 걸린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 옥션이 회원 1천276명을 대상으로 ‘첫눈과 겨울 준비’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첫눈이 오면 20~30대는 방한 의류나 잡화를, 40~50대는 난방용품을 가장 먼저 떠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은 미끄러운 빙판길을, 여성은 길거리 데이트를 각각 먼저 떠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아직 첫눈을 기다리지만 설악산에는 한 달도 더 넘은 지난 10월 18일 이미 첫눈이 내렸다. 이는 지난해 11월 3일보다 16일이나 빨라 역대 1위의 폭염을 자랑했던 올여름 더위를 무색게 했다. 강원 산간 지방이나 충청 및 영남 내륙지방, 서해안 등지에도 양은 적지만 이미 산발적으로 첫눈이 찾아 왔거나 찾아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추워지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소설과 함께 서울지역엔 초겨울 추위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한파가 드세지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김상선 기자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추워지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소설과 함께 서울지역엔 초겨울 추위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한파가 드세지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김상선 기자

절기 소설과 함께 서울지역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의 날씨도 나타났다. 최근까지 가장 낮았던 아침 기온은 지난 20일의 0℃였다. 하지만 소설 당일인 22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3℃로 떨어졌다. 그다음 날인 23일 아침엔 영하 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22일 오전 9시 현재)됐다. 한낮기온도 6~7℃ 선에 머무는 등 초겨울 추위가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22일 새벽 오늘 날씨 예보에서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5∼9℃가량 떨어져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에 들 것”이라며 “24일까지 낮 기온이 10℃ 안팎에 머물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고 전망했다.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 분포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소설과 관련된 속담인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가 떠오른다. 조상들은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는 생각에서 이런 속담을 만들어 냈다지만 요즘은 소설이 되면 추위가 제법 심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날이 갈수록 한파가 드세지면서 폭설이 내리고 한강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시베리아 추위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지금부터 날씨경영을 잘해서 이번 겨울을 건강하고 탈 없이 보내도록 해야겠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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