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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잘못 만들더니 이번엔···부끄러운 '안중근 동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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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안중근 의사 동상. [사진 버드나무 포럼]

의정부 안중근 의사 동상. [사진 버드나무 포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안중근 의사 동상과 관련, 또다시 오류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부시는 22일 오후 전철 1호선 의정부역 앞 공원에서 안중근 의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을 일반에 공개한 지 1년여 만이다. 시는 지난해 8월 동상 공개 직후 안 의사의 구조물 형상에서 다섯손가락이 모두 멀쩡하게 만들어지는 등 시민단체의 지적이 잇따르자 1년여간 오류 수정 작업을 해왔다.

의정부시, 22일 의정부역 앞 공원서 제막식 #'견리사의'를 '이로운 것인지 생각하라'로 오역 #시민단체 "코미디이자 안중근 의사에 대한 모욕"

하지만 1년을 미뤄 다시 제막한 이날도 구조물에 새겨진 문구에서 잘못이 발견됐다. 시민단체인 ‘버드나무 포럼’은 이날 “동상 주변에 보물 569-6호인 안중근 유묵을 새겼는데 해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의정부시는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을 새기고 ‘이로움의 처지를 당하면 이로운 것인지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함을 당하면 목숨을 바친다’로 새겨놨다.

경기도 의정부시가 안중근 동상에 새긴 유묵 ‘견리사의 견위수명’. [사진 버드나무 포럼]

경기도 의정부시가 안중근 동상에 새긴 유묵 ‘견리사의 견위수명’. [사진 버드나무 포럼]

이 단체는 “‘견리사의’의 정확한 뜻은 ‘눈앞의 이익을 보고 의로움(정의)을 생각한다’”라며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국가문화유산 포털에 오역된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빚어진 잘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버드나무 포럼 관계자는 “의로움을 생각하라고 쓴 글귀를 이로움을 보고 이로움을 생각하라고 돌판에 새긴 것은 코미디이자 안중근 의사에 대한 모욕이다. 잘못 만든 구조물을 1년 만에 다시 정정해서 제막식을 열면서 또다시 안중근 의사를 모욕하는 실수를 연발하는 졸속행정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드나무 포럼은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를 통해 문화재청에도 안중근 유묵 해석 오류 정정을 요청했다.

경기도 의정부시가 안중근 동상에 새긴 유묵 ‘견리사의 견위수명’. [사진 버드나무 포럼]

경기도 의정부시가 안중근 동상에 새긴 유묵 ‘견리사의 견위수명’. [사진 버드나무 포럼]

의정부 안중근 의사 동상은 폭 1.3m, 길이 3.7m, 높이 2.5m 규모의 청동으로 제작됐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려고 달려가면서 품 안에서 총을 꺼내는 형상이다. 지난해 중국 내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 학회가 의정부시에 기증했다. 안중근 의사 동상은 중국인 조각가 추이위(崔宇) 작가가 제작한 작품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이 동상은 그동안 의정부시와 중국 차하얼 학회 간 공공외교 활동의 결과로 의정부시에 유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하얼 학회는 2009년 중국 정·재계와 학계에 영향력이 있는 한팡밍(韓方明) 회장이 주도해 만든 단체로, 국제전략 영역 및 외교·국제관계에서 활동 중이다. 한 회장은 안중근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 평소 안중근 의사를 존경했고 동상 기증에도 앞장섰다고 한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날 제막식 기념사를 통해 “오늘 안중근 의사 동상 제막을 계기로 의정부시가 대한민국 제일의 평화 도시, 더 나아가 동양의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중국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 학회와 공동으로 ‘한ㆍ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의정부시]

의정부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중국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 학회와 공동으로 ‘한ㆍ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의정부시]

앞서 의정부시는 지난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북아 운명 공동체 구축과 안중근 정신’을 주제로 ‘한·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해 동북아 평화 번영의 필수 요건으로 한·중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포럼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 한팡밍차하얼학회 회장, 문희상 국회의장, 차하얼학회 마원성·장중이 부비서장, 커즈화중외우호국제교류센터 주임,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의정부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중국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 학회와 공동으로 ‘한ㆍ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의정부시]

의정부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중국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 학회와 공동으로 ‘한ㆍ중 공공외교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의정부시]

이날 포럼에서 안병용 의정부 시장은 “안중근 의사는 한국은 물론 중국 인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표적인 한국의 독립운동가”라며 “선생께서 주장하신 동양평화론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과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한팡밍 차하얼학회장은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한반도와 관련된 모두가 보다 융통성 있게 대화를 지속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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