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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포토라인 4분’ 달라진 김성수…어떤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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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습. 왼쪽부터 지난달 22일 얼굴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20일 경찰에 인계됐을 당시, 21일 검찰로 송치되기 전. [연합뉴스·뉴스1]

김성수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습. 왼쪽부터 지난달 22일 얼굴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20일 경찰에 인계됐을 당시, 21일 검찰로 송치되기 전. [연합뉴스·뉴스1]

21일 검찰로 구속 송치되기 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 김성수(29)는 앞서 두 차례 포토라인에 섰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건 당시를 설명하는 한편 사죄의 뜻도 보였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김성수를 이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김성수는 이날 오전 9시께 수감돼 있던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며 범행 당시 상황과 자신의 심경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김성수가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달 22일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동하기 전이 처음이었고, 전날(20일) 치료감호소에서 경찰에 신병인계 될 때 또 한 번 취재진을 마주했다. 두 번 모두 취재진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거나, ‘죄송합니다’ 외에는 발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무성의로 일관하는 김성수의 인터뷰 태도를 놓고 인터넷에선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지난달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지난달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감정유치 영장 기한이 만료된 20일 오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유치장이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감정유치 영장 기한이 만료된 20일 오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유치장이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김성수는 기존의 무기력한 태도와 달리 4분 가까이 설명을 이어갔다.

김성수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제가 (테이블을) 치워달라고 한 것이 잘못이 아닌데 (아르바이트생) 표정이 안 좋아서 시비가 붙었다”며 “경찰을 불러서 (PC방) 사장을 불러달라고 했는데 경찰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우리 아빠가 경찰인데 네가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것이 머릿속에 남았다”며 “치워달라고 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하는 억울함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면서 억울했고 과거의 일이 생각나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피해자에 대한 그런 두려움·망설임 그런 것들이 사라졌고 같이 죽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수는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숨이 가쁜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동생의 공범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때 동생이 그렇게 한 것(피해자를 붙잡은 것)에 대해 전혀 몰랐고 경찰이 폐쇄회로TV(CCTV)를 보여주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며 “동생이 무죄라고 확신했었는데 동생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생도 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수는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유가족과 고인에게도 죄송하다”며 호송차에 올라탔다.

취재진 질문에 심호흡하는 김성수. [뉴스1]

취재진 질문에 심호흡하는 김성수. [뉴스1]

전문가들은 김성수의 발언에 숨진 피해자의 말과 태도를 문제 삼는 대목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뉴스1에 따르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언론을 통해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세세히 설명했지만 실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패턴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리한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유리한 정황에 대해서는 억울했던 것처럼 말한다”며 “반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자기를 도발했다고 하고 왜 얼굴을 찔렀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성수는) 일반적인 반사회적 강력범죄자의 모습으로 보인다. 남에게 이야기할 때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며 “거칠게 호흡을 하는 것조차도 ‘과잉증상호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권일용 전 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이날 채널A에 “김성수는 상대방이 나에게 자극 줬던 요인들을 계속 부각하고 있다”며 “‘애초에 공격할 의도는 없었지만 네가 문제였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권 전 프로파일러는 김성수가 발언 중 거칠게 숨을 몰아쉬거나 한숨을 쉬는 모습에 대해선 “왜 나만 비난하느냐는 분노나 감정·정서표현·스트레스들이 복합적으로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억울한 심리에서 기인한 스트레스의 표출 같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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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이날 김성수의 많은 발언에 대해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성수가 말한 ‘피해자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실제로 이같은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성수는 지난달 14일 오전 강서구 한 PC방에서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자신과 말다툼을 한 아르바이트생을 수십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후 김성수의 가족이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최초로 100만명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는 등 국민적 공분이 폭발했다.

김성수는 지난달 16일 구속된 이후 같은 달 22일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송돼 약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았다.

법무부 치료감호소는 “김성수의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은 심신장애 수준이 아니라 건재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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