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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검찰, 혜경궁 김씨의 실체 신속히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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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대체 ‘혜경궁 김씨’가 누구길래 이토록 한국 정치판과 민심을 뒤흔드는가. 경기남부경찰청이 그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08_hkkim)의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이며 19일 김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집된 여러 증거들이 김씨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고 아직 전부 공개하긴 힘들지만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다.

‘혜경궁 김씨=김혜경’ 결론, 이재명 반발 #도정 공백 최소화 위해 논쟁 종지부 필요

경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지난 수년간 해당 트위터 계정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2016년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은?’ 등의 글을 쓴 장본인이 다른 이도 아닌 같은 당 소속 경기지사의 부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트위터 글 중에는 ‘전해철 예비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이 6·13 지방선거를 2개월여 앞둔 지난 4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으며, 그 범인이 김씨라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이번 수사결과는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운전기사였다’는 일부 매체의 최근 보도와도 180도 다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지사 부부는 혜경궁 김씨와의 관련성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는데 그게 전부 거짓말이 된다는 점이다. 특히 공직선거법은 배우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정치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이 스모킹건으로 제시한 세 가지는 모두 SNS 및 휴대전화와 관련돼 있다. 2013~2016년 이 지사가 트위터에 올린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 영정 사진,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 입학 사진, 김씨의 휴대전화 교체 시기 등이 ‘혜경궁 김씨=김혜경’의 관계를 입증해 준다는 것이다. 혜경궁 김씨 계정에 올라온 4만여 건의 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경찰이 직접 증거는 없고 정황과 의심만으로 발췌 수사를 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 “국가 권력 행사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하는데 B급 정치를 했다”고 비난하며 검찰 단계에서 적극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진실 공방은 상당 기간 계속되고 정치권도 갑론을박의 소모적 논쟁에 허우적거릴 게 분명하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 사건은 친문·비문은 물론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당 주류와도 엮인 복잡한 이슈다. 차기 대권후보 구도와도 얽혀 향후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경기지사는 서울시장만큼이나 중요한 자리다. 도정 공백은 최소화해야 한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검찰이 정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김씨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조사를 철저히 하되 신속하게 처리해 더 이상의 논쟁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