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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인사 개입' 유죄 선고하자 김승환 "나쁜 교육감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인사 부당 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승환(65) 전북도교육감. 김준희 기자

'인사 부당 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승환(65) 전북도교육감. 김준희 기자

"제가 (한 일이) 벌금 1000만원 선고받는 정도의 범죄 행위라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도민들께) 머리를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그런 감정이 전혀 우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지법, 직권남용 벌금 1000만원 선고 #"근평 개입해 특정 공무원 서기관 승진" #1심 무죄 파기…김승환 교육감 "충격적" #대법원 상고심서 최종 유·무죄 다투기로

김승환(65) 전북도교육감이 16일 전주지법 2호 법정 앞에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도교육청 인사 부당 개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그가 이날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로 뒤집혀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교육감은 선고 직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굉장히 충격적이다"며 항소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그는 "교육감 김승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며 "어느 누구보다도 청렴을 지향하고, 우리 (전북)도가 깨끗해지고 대한민국이 '청렴 공화국'이 되도록 일조하는 데 힘을 다해 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그는 "(항소심 판결대로면) 교육감이 4급 승진 인사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인사 실무진이 가져온 것을 사인하면 끝난다. 단체장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게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의 입법 취지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대법원 상고를 통해 이 오명을 벗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사 부당 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승환(65) 전북도교육감. 김준희 기자

'인사 부당 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승환(65) 전북도교육감. 김준희 기자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박정제)는 "피고인은 정상적인 근무성적평정(근평)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 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특정 공무원을 승진자로 내정하고 인사 담당자들에게 이에 맞춰 근평 순위와 근평점을 조정하도록 하거나, 자기 측근의 근평 순위와 근평점을 상향 변경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임용권자의 권한 범위를 넘어 직권을 남용하고 인사 담당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교육감은 2013년 상반기와 2014년 상반기, 2015년 상·하반기 서기관(4급) 승진 인사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원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교육감이 추천한 4명 중 3명이 4급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은 2016년 6월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김 교육감을 고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승진 가능 대상자의 순위를 상위로 포함하도록 하는 것은 법령이 정한 임용권자(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면서도 "전북교육청에서는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평정권자인 행정국장과 부교육감도 이와 같은 근무평정 관행의 존재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별다른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인사 담당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교육감에게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3년 1월 '승진 대상자를 사전에 내정하고 경쟁자를 최하위 등급으로 근평하거나 정해진 순위에 따라 근평하는 등 부당하게 승진시키는 사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공문이 있었고, 2013년 7월 전 인천교육감이 측근을 승진시키기 위해 근평 조작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김 교육감도 알았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김 교육감이 인사 담당자들에게 내린 지시가 명백한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봤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해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재판장을 맡은 박정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임용권자로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근평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지휘·감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김 교육감을 질타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전북도교육청 인사 업무의 객관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이 훼손됐고, 일부 공무원들은 승진에서 탈락하거나 평정 순위가 하락하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임용권자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모두 부인해 이같이 판결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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