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한국인 독립의지 세계에 알렸다-진강후(서울대교수·한국사회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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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세계사적 의의>
3·1운동의 결과에 대하여 어떤 분들은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어떤 분들은 성공했다고 말한다. 즉각의 독립 쟁취여부를 기준으로 보면 물론 3·1운동은 즉각 독립을 성취하지 못했으므로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립운동과 독립쟁취를 장기전으로 보고3·1운동을 그 한 단계의 운동이라고 보거나 초기 조직자의 운동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3· 1 운동은 크게 성공한 독립 운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초기에 3·1운동을 기획하고 조직한 민족 대표들이나 초기 조직자의 누구도 3·1운동에 봉기한다고 해서 즉각 독립이 성취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민족대표의 하나인 권동진이 1919년3월 10일자의 일제 경찰 조서에서 말한바와 같이 그들은 3·1운동을 즉각 독립을 쟁취할 것을 목적으로 한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언젠가「독립이라는 열매」를 성취하기 위한「씨뿌리는 사업」이 될 것을 목적으로 3·1운동을 기획하고 조직하였다.
그런데 3·1운동은 초기조직자의 목적이나 누구의 예상도 훨씬 뛰어넘어 1천7백만 국민 중에서 2백2만여명이 적극 참여한 대규모의 전국적. 전 민족적 독립운동이 되어 큰 성과를 내었다. 그 성과는 3·1운동의역사적 의의를 정리해 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먼저 3·1운동의 민족사적 의의로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주목된다.
첫째, 3·1운동은 일본제국주의가 대내적으로 1910년 이후 9년간 닦아놓은 야수적 식민지 무단통치와 한국 민족말살 정책을 근본적으로 붕괴 시켰으며 대의적으로 일제 지배하에서 한국민족이 행복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일제의 거짓 선전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전세계에 한국민족의 확고한 독립의지를 널리 알렸다.
둘째, 3· 1운동은 어떠한 힘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한국민족 내부의 독립 역량을 비약적으로 강화시키고 그후 독립운동의 확고한 원동력을 형성·강화·공급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국민족 스스로의 독립 쟁취를 민족내부에서 스스로 튼튼히 보장하였다. 3·1운동 이후 한국민족의 독립역량이 그 이전과는 비교하기도 어려울 만큼 크게「비약」했다는 사실이 이점을 잘 증명해 준다.

<사회운동 길 열어>
세째, 3·1운동 성과의 하나로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임시 정부는 9년간 단절되었던 민족정권을 계승 으며, 모든 종류의 종래 군주제를 부정하고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새로이 민주 공화 정체로 수립됨으로써 한국민족사상 획기적인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네째, 3·1운동 성과의 하나로 만주와 노령 등 국외에서 독립군의 무장투쟁이 본격적으로 형성·강화되고 국경 지방에서의 국내 진입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만주와 노령지방에서는 3·1운동의 성과를 한 단계 더 집약해서 무장투쟁으로 응결하여 다수의 독립군단체와 독립군부대들을 조직해서 활발히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하였다. 봉오동전투와 청산리 독립전쟁의 독립군 승리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본 정규군과의 본격적인 현대적 전투에서 승전한 독립군 부대들도 3·1운동의 성과로 조직된 독립군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3·1운동은 국내에서 일제의 극악무도한 식민지 무단통치와 한국민족 말살정책을 붕괴시키고, 검열 제도하에서일지라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최소한의 부분적 자유를 어느 정도 쟁취한 다음 민족보존을 위한 민족 문화운동과 민족 실력 양성운동을 전개할 기틀을 만들어 내었다. 3·1운동직후 일제의 소위「문화정치」는 일제가 3·1운동으로 강타 당해 밀리자 한국 민족을 회유하고 독립운동을 분열시키려는 목적으로 전환한 식민지 정책의 하나였지만, 이 무렵 획득한 성과에는 3·1운동이 쟁취한 측면도 있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섯째, 3·1운동은 국내에서 새로운 농민운동·노동운동·사회운동의 대두에 하나의 계기를 열어 주었다.
일제하 국내에서 본격적인 현대적 농민운동·노동운동·사회운동이 대두한 것은 3·1운동 직후부터 3·1운동이 열어 놓은 길 위에서 전개된 것이었다. 이러한 운동들은 농민층과 노동자층의 권익과 지위향상 뿐만 아니라 민족독립운동에도 기여하도록 전개된 것이었다.
일곱째, 3·1운동은 한국 민족 스스로의 실력에 의하여 국제적으로 한국 민족의 독립을 보장받아 내는 기초를 닦았다.

<패전 후 독립 공인>
한국 민족이 3·1운동의 전민족적 봉기로 전세계에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에 일본이 전승국이었던 제1차 세계 대전 종전 당시에는 당장에 독립이 성취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언젠가 일본이 패전국이 되는 날에는 한국은 자동적으로 독립이 되는 것으로 전세계로부터 공인받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도중에 일본 패전 후의 한국 독립이 한국 민족 대표의 참석없이도 모든 국제 회의에서 당연한 것으로 논의된 것은 기본적으로 3·1운동이 닦은 기초에 의거한 것이었다.
3·1운동의 성과와 역사적 의의는 민족사적 의의에 한정되어 끝나지 않고 또한 세계사적 의의가 크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세계사에서 볼 때 3·1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승전 제국주의 국가들의 지배하에 있던 식민지·반식민지 약소민족이 분발하여 적극적 독립운동을 일으키는 계기를 열어 주었다.
3·1운동 이전까지의 상황을 보면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독일 등)의 식민지 약소민족들은 제1자 세계 대전 종전을 전후하여 독립운동을 활발히 강화했으나 영국·프랑스·미국·일본 등 승전국의 지배하에 있던 식민지·반식민지 약소 민족들은 제1차 세계 대전 승전의 결과 승전국 열강의 기세가 더욱 상승되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대규모 독립운동에 궐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있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승전국 열강의 지배하에 있던 약소민족들 사이에서는 완만한 독립운동이 진전되다가 1919년 3월1일 동아시아의 한반도에서 첫 봉화를 든 3·1운동에 고취되고 영향을 받아 승전국 지배하의 식민지·반식민지 약소민족의 민족해방 투쟁이 급격히 불타오른 것이다.
둘째, 3·1운동은 중국 5·4운동의 발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 현대의 탄생 전환점이라고 하는 중국의 5·4운동은 내부요인을 도별로 하고 외부요인을 보면 세계사적으로는 3·1운동의 파급으로 그 영향을 받고 일어난 것이었다. 북경 대학생의 시위로 1919년 5월4일 시작된 5·4운동의 지도자들은 한국 민족의 3·1운동을 격찬하고, 한국의 3·1운동을 배울 것을 절규했으며 중국의 5·4운동이 한국 3·1운동의 고취와 영향을 받은 것임을 증언하는 다수의 기록들을 남겨 놓았다.

<중국민 궐기호소>
중국의 신문들은 당시에 다투어 한국 민족의 3·1운동 봉기와 진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산동 반도의 조차권을 탈취하려고 시도하는 일제에 대항하여 중국 국민도 궐기할 것을 호소하였다.
당시 중국의 신문화 운동을 주도하던 정치평론잡지『매주 평론』은 제13호 (1919년3월16일 발행)와 제14호(1919년 3월23일 발행)에서 전 중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진독수 등 중국 신문화 운동 지도자들의 3·1운동을 찬양하고 중국국민들의 궐기를 호소하는 다수의 평론들을 게재하고, 한국의 2·8 독립 선언서와 3·1독립 선언서를 번역해 실어 중국 국민들과 청년학생들의 궐기를 호소하였다.
3·1운동의 충격과 영향은 또한 5·4운동을 일으킨 북경 대학생들을 직접 강타하였다. 당시 중국의 전국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졌던 북경대학 학생들의 잡지『신조』1919년 4월1일자 (제1권 제4호는 5·4운동의 선두에 서서 학생대표로 활약한 전사년의「조선 독립운동 중지신교훈」과 진조주(수정)의「조선 독립 운동 지감백」등 다수의 논문들을 게재하여 중국 국민과 청년학생들도 3·1운동을 새로운 교훈으로 하여 봉기할 것을 호소하였다.
또한 5·4운동의 전국적 학생 주체의 하나였던 북경대학 학생구국회의 월간지『국민』 1919년 4월호는 잡지 모두를 3·1운동 특집으로 편집하고 한국 민족의 3·1운동을 격찬하면서 중국 청년학생들의 봉기를 호소하였다.
셋째, 인도에서는 한국민족의 3·1운동에 고취되고 그 영향으로 국민 회의파의 비폭력 독립운동이 급속히 고조되었다.

<비폭력 투쟁방법>
인도 독립운동의 비약적 발전의 대전환을 이룬 「마하트마·간디」지도하에 1919년4월5일부터 시작된「사타야그라하사부하(진리수호)」운동은. 내부요인을 별도로 하고 외부요인을 보면 3·1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었다. 그들은 영국의 인도에 대한 식민지 통치가 간접통치의 방식인 구조적 특징을 활용하여 3·1운동의 비폭력 투쟁방법까지 채택해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넷째, 한국 민족의 3·1운동 영향은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반도와 필리핀과 이집트 등 아랍의 일부지역에까지 파급되어 이 지역에서도 1919년 여름에 대규모 독립시위운동이 일어났고 독립 운동이 고양되었다.
1919년 3월1일 동아시아의 한반도에서 과감하게 첫 봉화를 올린 3·1운동의 영향은 중국으로, 인도로, 동남아시아로, 필리핀으로, 이집트로 물결처럼 파급되어 강대한 승전제국주의 열강에 대한 약소민족 해방 투쟁을 불타오르게 한 것이었다.
당시 약소민족의 독립운동이 1945년 이후의 독립과 건국에 직결된 것은 1919년부터의 독립운동이었고 이 흐름의 약소민족 해방운동 분출의 둑을 열어준 것이 바로 한국 민족의 3·1운동이었다.
그러므로 3·1운동은 한국민족의 독립을 튼튼히 담보했을 뿐 아니라 이 시기 세계사의 두 축의 하나인 약소민족 해방운동에도 신기원을 열어준 세계사적 의의가 큰 독립문동이 된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