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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분식회계 후폭풍…삼성물산 합병까지 영향 미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5년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 한 주주가 투표하고 있다.

2015년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 한 주주가 투표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2015년의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건이 또 다시 주목받게 됐다.

특히 이 사안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도 연결돼 있어 경우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당장 증선위 고발장을 접수할 검찰이 이 사안을 어디까지 파헤칠지, 법원에서 진행중인 합병무효 소송 2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정의당이나 참여연대, 옛 삼성물산 주주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기본적으로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제일모직 주식 한 주당 삼성물산 주식 3주로 교환됐다는 얘기다.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 평가를 받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은 컸다.

삼성물산

삼성물산

이들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여주기 위해, 다시 말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런 조처를 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와 2대 주주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했지만, 이 두 곳을 확실하게 지배하면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 지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 부회장이 당시 삼성생명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지분 23.2%)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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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 다른 축인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덕택에 이 부회장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보유하는 최대 주주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확고해졌다.

당시 제일모직의 상대적 고평가를 정당화했던 중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제일모직이 최대 주주로 있었던 삼성바이오였다. 기업가치 반영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는 우량 회사로 평가받으면서 모기업인 제일모직 가치도 덩달아 뛰어오르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결론에 따르면 결국 당시 제일모직의 가치도 부풀려졌다는 의미가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따라서 검찰이 수사 대상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배경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민사소송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옛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합병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0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현재 진행중인 2심에서 증선위 판단을 참고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어진다. 만일 합병 무효 판결이 내려지면 삼성그룹은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치러야 하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만 삼성 측도 반격 카드는 있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결론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행정소송에서 삼성바이오가 승리할 경우, 다시 말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증선위 판단이 뒤집어질 경우 삼성바이오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해소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공식 입장자료에서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고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석·강기헌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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