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능 스트레스 지진보다 심하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인근 마트 일부가 무너지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인근 마트 일부가 무너지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중앙포토]

수학능력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스트레스는 지진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수능 전날인 11월 15일 오후에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 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던 경북 포항지역 수험생들 얘기다.

경북 포항지역에서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수능 시험이 1주일 연기된 가운데 지진 발생 이튿날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포항고등학교를 방문해 지진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벽면이 갈라져 있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지역에서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수능 시험이 1주일 연기된 가운데 지진 발생 이튿날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포항고등학교를 방문해 지진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벽면이 갈라져 있다. [중앙포토]

포스텍(POSTECH) 융합문명연구원(원장 송호근)은 1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포스텍 교내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포항 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이라는 주제로 연구발표회를 열었다.

지난해 강진에 수능 일주일 연기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발생한 포항 지진의 지진파 [자료 기상청]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발생한 포항 지진의 지진파 [자료 기상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발표회에서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수능 연기로 어려움을 겪은 당시 포항지역 대입 수험생 10명과 가진 개별 면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 교수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지진 트라우마가 매우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수능에 대한 부담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지진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덜한 경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수능 연기로 인한 스트레스 탓에 지진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감이 상쇄돼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지 않았다는 응답이었다.

수능 연기라는 더 큰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진 그 자체로 인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 대학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 등 수능 연기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학생들의 경우는 지진에 대한 공포감과 두려움이 더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끝에 11월 22일 포항여고 운동장에서 예비소집이 열렸다. 수험생들이 수능 지진 대처 요령 등 주의사항을 듣고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 등 대피 행동요령을 따라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끝에 11월 22일 포항여고 운동장에서 예비소집이 열렸다. 수험생들이 수능 지진 대처 요령 등 주의사항을 듣고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 등 대피 행동요령을 따라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면담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위 '명문 대학'으로 진학을 계획할 정도로 평소 공부를 잘하고 수능 성적이 중요했던 대상자들의 경우는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진을 탓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원 교수는 "수능이라는 경쟁의 압박이 지진보다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목숨을 위협하는 지진이라는 큰 재난보다도 더 무서운 한국 사회 경쟁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포항 시민 80% "정신적 피해 "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쯤 포항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 환호동 한 빌라 외벽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대구 매일신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쯤 포항에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 환호동 한 빌라 외벽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있다. [대구 매일신문]

이날 발표회에서 박효민 융합문명연구원 객원연구원은 포항시 거주 19세 이상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가 있었다'고 응답한 시민이 80%, '또 다른 지진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응답한 경우가 85.8%에 이르렀다.
트라우마 고위험군,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41.8%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인근 마트 일부가 무너지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인근 마트 일부가 무너지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중앙포토]

박 연구원은 "지진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정신적 피해를 경험했다는 사람이 80%에 이를 정도로 포항 시민들의 지진 트라우마 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서는 또 포항 시민의 72.2%가 지열발전소를 지진 원인으로 지목해 원인에 대한 공적 기관의 신뢰성 있는 조사와 해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은…

송호근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장[중앙포토]

송호근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장[중앙포토]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은 21세기 융합 문명시대의 의제를 선점하고 미래사회 대응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난 9월 1일 출범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