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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도 초보자같은 실수를 한다, 가장 큰 패착 원인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14)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예스라고 답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전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대부분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전문가도 자기 분야에서 실수할 때가 있다. 그래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고수도 초보자 같은 실수 저질러

타이틀 보유자 조치훈(좌)이 도전자 가토마사오 9단을 맞아 승리했다. 한 판의 바둑을 두면서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도 실수를 하는데 자신이 능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실수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중앙포토]

타이틀 보유자 조치훈(좌)이 도전자 가토마사오 9단을 맞아 승리했다. 한 판의 바둑을 두면서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도 실수를 하는데 자신이 능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실수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중앙포토]

바둑에선 이런 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유명한 고수가 초보자도 아는 ‘단수’ 같은 간단한 수법을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두어서는 안 될 곳을 두어 반칙패를 당하기도 한다.

예전에 ‘대마 킬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가토 마사오 9단은 타이틀이 걸린 중대한 판에서 따낼 수 없는 곳에 두었다가 실격패를 당한 적이 있다. 한 판의 바둑을 두면서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이럴진대 자신이 능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실수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자주 하면 안 된다. 실수가 잦으면 패하는 원인이 된다. 작은 실수 한두 번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작은 실수를 여러 번 하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어떤 실수는 한 번 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회복하기 어려운 큰 실수를 할 경우다. 이런 실수를 바둑에서는 ‘패착’이라고 한다. 패배를 불러올 만큼 중대한 실착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삶에서 실수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실수에 대응하는 방법이 중요할 것이다. 묘한 것은 실수에 잘 대응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잘못 대응하면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있다. 실수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은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생 컨설턴트인 셰리 카터 스콧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사에 실수란 없다. 교훈만 있을 뿐이다 (There are no mistakes, only lessons).”

이렇게 실수를 교훈으로 만든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인생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실수한 뒤 또 다른 실수를 한다.

시니어도 가끔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시니어의 실수는 만회가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잘못 판단하는 일을 줄이도록 해야한다. [사진 pixabay]

시니어도 가끔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시니어의 실수는 만회가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잘못 판단하는 일을 줄이도록 해야한다. [사진 pixabay]

예를 들어 주식 투자로 대박을 꿈꾸다 실패를 맛본 사람이 또다시 주식에 손을 댔다가 패가망신한 케이스가 있다. 사람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바둑에서는 실수하여 판을 그르친 후 기분이 나빠져서 이판사판으로 두다가 제2의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실수가 실수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한 번의 실수는 참고 두어가다 보면 만회할 수 있지만, 두 번 실수하면 그때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인생의 연륜이 쌓인 시니어도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시니어의 실수는 만회가 힘들다고 한다. 젊은 날의 실수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은퇴한 시니어에게는 만회할 기회를 갖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걷다가 넘어지면 청년은 가벼운 찰과상으로 끝날 수 있으나, 시니어는 뼈가 부러지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시니어는 가급적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실수를 피할 수 있을까. 실수가 나오는 원인을 생각해 그것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바둑에서는 방심과 착각, 판단 착오, 과욕 등이 실수의 원인이 된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착각을 일으킨다거나, 좋지 않은 것을 좋은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실수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 외에도 상대의 꼬임에 넘어가거나, 잘 몰라서 실수하는 장면도 있다.

욕심 줄이면 실수도 줄어

판단미스로 인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하는 말만 듣지 말고 양쪽의 의견을 같이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니어는 인생의 경험을 살려 실수를 줄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판단미스로 인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하는 말만 듣지 말고 양쪽의 의견을 같이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니어는 인생의 경험을 살려 실수를 줄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 pixabay]

인생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욕심이나 판단미스가 실수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욕심을 줄이면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판단미스는 좀 어렵다. 어느 한쪽이 하는 말만 듣지 말고 양쪽의 의견을 같이 듣는 것이 약간 도움이 될 것 같다.

삶과 바둑에서의 실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시니어는 인생의 경험을 살려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실수했다면 제2의 실수는 절대로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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