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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는 왜 중국 IT 기업의 노다지가 됐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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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처음 간 건 2011년이었습니다. 날씨는 덥고 도로는 혼잡했는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길거리에 젊은이가 굉장히 많았다는 것입니다. 평일에도 쇼핑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알고보니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30세 정도더군요. 게다가 이들은 하루종일 휴대폰을 달고 살고 있었습니다.
- 뉴스앱 Baca CEO 류다양(刘大洋) 제일재경주간(第一财经周刊) 인터뷰 中

인도네시아 평균 연령 30세 #전자기기 신제품 수용 빨라 #2016년부터 동남아 모바일 #인터넷 시장 연간 20% 성장

규모가 크든 작든 중국의 IT 기업들이 인구 6억 5000만명 동남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동남아 인구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자 미국의 2배 정도다. 특히 세계 4대 인구대국(2억 6400만명)이자 동남아에서 가장 경제 수준이 높은(2017년 GDP 1조 160억달러) 인도네시아가 주요 타깃.

우선 중국 IT 기업의 해외 진출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웨이, ZTE, 레노버 등이 기반을 닦았다. (특히 화웨이는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총 17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해 해외진출 중국 IT 기업에 유독 화웨이 출신이 많다고 한다) 5년 전부터는 스마트폰 보급이 빨라지면서 중국이 개발한 각종 앱과 게임이 해외에 대거 출시됐다. Mobvista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2017년 해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2664곳이며, 출시한 앱 수는 8560개에 달한다. 2017년 4분기 기준 중국 기업이 해외에 출시한 앱 종류는 게임, 유틸리티, 소셜네트워크, 콘텐츠 순으로 다운로드 수가 많았다.

중국 IT 기업 해외진출 주요 분야

2010년: 인터넷 보안·브라우저, B2B 해외무역 온라인화 (예: UC브라우저, Lightinthebox.com, DHgate.com 등)
2012년: 각종 유틸리티 앱 (예: 360 security 등)
2014년: 게임앱, 다양한 글로벌 버전 유틸리티 앱, 중저가 스마트폰 (예: 샤오미, 화웨이, 메이투, elex 등)
2015년: 핀테크 (예: 알리페이 등)
2016년: 뉴스·동영상·스트리밍 스타트업 (예: YY, KUNLUN, 바이트댄스 등)
2017년: 라이드쉐어링앱, 블록체인 스타트업 (예: 디디추싱 등)

최근 3년 동안 중국 IT 스타트업들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뒤 해외에 진출하는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린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점이다. 특히 요즘은 콘텐츠, 쇼트클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틱톡(抖音), 콰이(快手)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 기업은 처음에는 무작정 미국(실리콘밸리)을 베끼는 데서 시작해 지금은 중국에서 성공한 노하우와 탄탄한 자금조달 능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2016~2017년 중국 기업이 출시한 모바일 앱의 전 세계 다운로드 비중을 보면 동아시아가 1위(24.7%), 북미가 2위(24.6%), 이어 동남아(20.6%)가 3위다(Mobvista 빅데이터센터).

"2016년경부터 동남아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연간 20%씩 성장 중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화웨이, 비보(vivo), 오포(OPPO)의 기여가 큽니다. 중국 스마트폰이 현지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거든요" 쉬루이청(徐瑞呈) 그랜드뷰캐피털 부총재의 말이다. IDC에 따르면 2017년 화웨이, 비보, 오포 3개사는 동남아시아 5대 시장에서 스마트폰 2980만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2930만대를 팔았다. 2013년만 해도 삼성전자는 중국 3개 업체보다 20배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 [사진 클룩 홈페이지 캡처]

홍콩에 본사가 있는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 [사진 클룩 홈페이지 캡처]

중국 IT 기업이 특히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평균 연령이 24~30세인데다, 각 산업 주요 소비자층이 20~25세이기 때문. IT 기업이 사업하기 참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홍콩에 본사가 있는 아시아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KLOOK)은 동남아 국가별로 여행 습관을 면밀히 분석했다. 클룩 창업자이자 CEO인 린자오웨이(林照围)는 "중산층의 비율로 시장 성숙도를 가늠한다"며 인터넷 발달로 아시아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 소비습관이 점점 비슷해지곤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문화적 차이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남아는 아직 기술인재가 부족하고 미국, 유럽 IT 회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린 대표는 강조했다. 클룩이 왜 매트릭스파트너스차이나, 세쿼이아캐피털, 골드만삭스 같은 유력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인기있는 중국 모바일 앱

쇼트클립: 틱톡, Viva Video
사진 촬영·편집: Photo Grid, 뷰티플러스
브라우저: UC 브라우저
유틸리티: SHAREit, 클린마스터, 바이러스 클리너, WiFi Master Key, GO Keyboard
게임: 모바일 레전드: Bang Bang, RULES OF SURVIVAL, Lords Mobile, Block Puzzle Jewel
음악: JOOX Music
쇼핑: 알리익스프레스, JD.id
생산성: Kika Keyboard, WPS Office

중국 VC 그랜드뷰캐피털(大观资本)은 모바일 인터넷 기업의 진출에 유리한 동남아 국가를 크게 세 티어로 나눴다.
1티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2티어: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3티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1인당 GDP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소비력은 매우 강합니다", "낙후한 이미지가 강한 베트남도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널렸습니다". 동남아 최대 라이드쉐어링 앱 그랩(Grab)에서 수 년간 근무했던 중국인의 말이다.

태국의 알리페이 같은 존재 트루머니. 하지만 이용자의 50%가 은행카드가 없는 10대 학생들이다. [사진 셔터스톡]

태국의 알리페이 같은 존재 트루머니. 하지만 이용자의 50%가 은행카드가 없는 10대 학생들이다. [사진 셔터스톡]

여러 중국 IT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동남아 진출도 주목할 만하지만 역시 더 눈에 띄는 곳은 대기업이다.
알리바바는 수년 전부터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는 물론 핀테크 계열사 앤트파이낸셜,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을 내세워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동남아의 아마존 라자다 인수(2016년 4월), 태국의 알리페이로 불리는 전자지갑 트루머니 운영사 어센드머니 지분 20% 인수(2016년 11월), 필리핀 최대 디지털 금융회사 Mynt와 전략 파트너십 체결(2017년 2월), 인도네시아 온라인 쇼핑몰 토코피디아 투자(2017년 8월) 등이 대표적이다.

앤트파이낸셜이 다른 나라도 아니고 태국의 어센드머니에 투자한 이유가 있다. 인구 약 7000만명의 태국에는 95% 이상의 국민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아직 통장을 쓰고 신용카드 보유자가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화폐 권종도 굉장히 다양해 현금을 사용하기가 번거로운 편이다. 중국처럼 모바일 QR코드 결제가 흥하기 좋은 환경인 것. 게다가 아직 스마트폰 보급률이 67%에 그친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텐센트 또한 2016~2017년 4~5건의 동남아 기업 전략투자 및 인수를 진행했다. 온라인몰 Shopee와 게이밍·e스포츠 플랫폼 Garena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Sea, 인도네시아 최대 라이드쉐어링앱 고젝(Go-Jek), 태국 연예뉴스 포털 Sanock, 동남아 최대 전자책 서점 Ookbee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 틱톡 홈페이지 캡처]

[사진 틱톡 홈페이지 캡처]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도 동남아 시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7년 5월 틱톡 해외버전을 처음으로 출시한 곳이 바로 동남아다. 바이트댄스는 현지 앱스토어, 구글플레이 스토어 다운로드 랭킹에서 틱톡이 수 차례 1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바이트댄스가 2017년 11월에 인수한 미국의 인기 립싱크 동영상 앱 뮤지컬리는 동남아에서 이미 꽤 인기가 있는 어플이다.

더불어 징둥은 인도네시아 온라인 여행사 트로블레카, 태국 온라인 패션 브랜드 Pomelo에, 디디추싱은 싱가포르 그랩(Grab)에, 메이퇀은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에 투자한 바 있다. CB Insights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기술 분야 자금조달은 2017년 422건에 달했고 총 63억달러(약 7조원) 규모에 달했다. 2012년 100건/30만달러(약 3억원) 자금조달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남아 지역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대기업은 맨땅에 헤딩(?)하는 스타트업과는 달리 이미 인지도가 있는 현지 기업을 사들이는 형태로 보다 수월하게 동남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 신기술을 적용한다. 한편 동남아를 포함한 해외 진출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현지화다. 때문에 현지 사정에 밝은 고급인재 영입이 필수. 하지만 인재 포섭 부분만큼은 중국 기업이 애를 먹고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현지 고급인재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을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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