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시진핑, 트럼프에게 대북 제재 완화 제안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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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제안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 북한 비핵화 의지에 잇달아 의문 제기 문정인 "김정은의 발언을 믿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8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전략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8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전략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연합]

문 특보는  베이징에서 열린 동아시아재단 및 중국 판구(盤古)연구소 공동주최의 한중 전략대화에 참석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약속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저렇게 전향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북 제재의 완화를 생각해 달라고 말해주면 우리로선 감사하겠다”고 발언했다.  미ㆍ중 정상회담은 다음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 특보는 또 “워싱턴과 베이징에서는 북한이 핵 포기를 안 할 것이라는 가정이 제일 많은데 자꾸 북한이 핵 포기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는 것은 북핵 문제에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북한 지도자의 말을 믿고 나가야 한다. 과거 말만 했던 북한의 행태와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기했다.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도 40% 폐기하고 미사일 발사대도 20%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중국 학자들이 잇따라 북한의 핵 포기 의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한 반론으로 나왔다. 장롄구이(張璉瑰)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의 조치는 핵 동결이지 핵 포기가 아니다. 북한은 핵 보유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의 긴장 완화 국면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한중 전략대화 장면 [베이징=연합]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한중 전략대화 장면 [베이징=연합]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도 “북핵의 완전한 포기 가능성이 낮다는 장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김정은은 핵 포기를 하거나 핵을 감축하거나, 아니면 그 중간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믿나"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 의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제문에 “북한은 철저한 핵 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썼다.

한편 문 특보는 전략대화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이 갑자기 취소된 데 대해 "의제가 완전히 조율됐으면 김영철이 안 올 이유가 없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큰 결정을 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아직 없다고 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만으로는 안 되고 제재 완화가 있어야 한다는 노동신문 논평도 있었는데 그것에 관련된 것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북ㆍ미 회담과 비핵화 진전이 느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연내 방한도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남ㆍ북 관계 진전은 비핵화의 부산물이 아니라고 대통령도 말씀했다”면서 “김정은 서울 답방을 통해 북ㆍ미 관계와 비핵화를 추동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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