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관련 강경입장 완화-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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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테헤란로이터·AFP=연합】소설 『악마의 시』가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소설의 작가「새먼·루시디」의 목에 현상금을 걸고 암살특공대까지 파견하는 등 초강경자세를 보이던 이란 측이 17일 그가 만일 사죄한다면 관용을 베풀 수 있다고 밝혀 이란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다소 유화적 입장으로 후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알리·하메네이」이란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개최된 기도회에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영국 및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던 군중들에게 해산과 함께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영국주재 한 이란외교관은 17일 「호메이니」옹이 『악마의 시』의 작가 「루시디」에 내린 사형선고는 종교적인 발언이었는데 이것이 잘못 해석되었다고 말했다.
「아크훈드·자네·바스티」 영국주재 이란 대리대사는 14일 런던에 있는 채널 4 인디펜던트 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메이니」옹이 내렸던 사형선고는 『순수하게 종교적인 기초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표들은 「호메이니」옹이 회교도들에게 내린 「루시디」와 이 책의 발행인들에 대한 살인명령으로 인해 비등하는 서방세계의 항의와 비난을 진정시키려는 이란관리들의 시도로 풀이된다.

<알라신 추한 인간 묘사 마호메트 아내 창녀로>
『악마의 시』내용=「새먼·루시디」가 쓴 이 소설은 사막도시 자할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등장인물은 예언자 「마하운드」와 인도의 영화배우 「지브릴」과 「살라딘」 등 3명.
회교도들이 분개하고 있는 부분은 「지브릴」과 「살라딘」이 비행기사고로 조난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계시를 받은 「지브릴」은 신을 만나게 되지만 묘사되는 신은 추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머리에 안경을 쓰고 머리에는 비듬이 많은 그와 「지브릴」간의 범속한 대화 속에서 신성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신이 이슬람교도들에게 알라신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또 다른 대목은 자할리아에 있는 사창가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자할리아의 12명 창녀들의 이름이 예언자 「마하운드」의 아내들과 같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을의 남자들이 사창가에 발을 들이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 장면.
특히 「호메이니」는 예언자의 예언내용을 자신의 주관에 따라 자의적으로 기술하는 서기관 「새먼」(작자의 이름과 같다)의 등장대목에 가장 분노했다는 것이다.

<고향인도서 시위>
「루시디」의 고향으로 1억 회교도가 있는 인도에서는 『악마의 시』에 대한 항의시위가 어느 나라보다 거세, 시위군중들이 경찰과 충돌, 지금까지 한 청년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했다.

<미서 날개돋친 듯 팔려>
뉴욕에서는 처음 이 책이 출판되며 미온적 평가를 받았으나 종교분쟁의 초점이 되면서 날개돋친 듯이 팔려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초판 5만부가 이미 매진되고 곧 2만5천부를 추가 인쇄할 예정이다.

<쿠웨이트에선 냉담>
이란으로부터 이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회교회의기구 긴급회의개최를 요구받은 쿠웨이트 정부는 더 떠들 경우 이 책의 명성만 높일 것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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