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신협상 결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특파원】한국의 통신시장개방을 둘러싼 한미양국간 협상이 16일 결렬, 미국정부가 신통상법에 따라 오는 23일 한국을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 13일부터 4일간 워싱턴에서 열린 협상을 통해 미 측은 양국간 무역불균형이 1백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미 업계가 우월한 경쟁력을 갖고있는 통신시장 분야의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 전화·전신 등 기존정부독점분야를 제의한 부가가치통신사업(VAS)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분야의 전면개방과 아울러 한국정부의 통신기기 형식승인·표준화 등 국내 관련제도의 대폭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통신산업이 취약, 급작스런 통신시장개방이 초래할 국내정치적·사회적 어려움을 설명하고 2년 정도의 여유를 두고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같은 협상결렬에 따라 오는 23일까지 통상법에 의한 통신분야 무역장벽보고서를 미의회에 제출하게 돼있는 무역대표부 (USTR)는 한국을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 정부는 한국을 상대로 앞으로1년간 우선협상대상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조사 및 관행제거협상을 병행시키며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통신분야 또는 그 이외의 분야에 대해 관세부과 등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통상법에 규정돼있다.
이번 협상에서 12개 항목의 요구사항을 제시한 미 측은 특히 컴퓨터처리를 통한 금융·항공 등 서비스분야뿐 아니라 일반산업의 경영 등을 관리하는 부가가치통신사업분야를 90년1월1일, 늦어도 91년까지 개방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 부분의 통신사업이 부모지대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개방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한국 측은 이 부분의 산업기반조성 및 법제도정비 등을 고려, 92년, 빨라도 91년 중반까지는 개방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밖에도 미 측은 카폰 등 각종 무선설비를 이용한 통신사업의 허용, 무선기기의 시험·검사·통관제도 완화, 외국인에 대한 투자제한철폐, 정부가 구입하는 통신장비의 대미구매, 관세완화, 외국회사보호를 위한 통신사업 공정거래조정기관설치 등을 요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