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청 '민노당 3연승' 꿈은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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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곳은 구청장 직선제가 처음 실시된 1998년 이래 줄곧 노측은 구청장, 사측은 국회의원으로 양분해 왔다. 그동안 세 차례의 구청장 선거에서는 김창현 전 민노당 사무총장이 초대 민선 구청장으로 당선된 이래 한 달 뒤 실시된 보궐선거에선 이영순 현 국회의원,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이갑용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이 잇따라 승리하는 등 민노당 불패신화를 이어왔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13대부터 내리 5선을 기록 중이어서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한 사측 불패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런 현상은 도로 이용 문제나 고압 송전탑 설치 등 지역 내의 사소한 문제까지 구청장과 국회의원이 노사 간 기세싸움을 하듯 대립하는 양상을 빚기도 했다.

정 의원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2명의 무소속 예비후보자를 놓고 여론조사를 통한 예선까지 치른 뒤 정 후보 지지를 공식화한 올해 초부터 울산 동구청장 선거는 첨예한 노사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정 의원은 최근 8년여 동안 동구청장 선거에 중립을 지켜왔으나 이번에는 세 차례나 울산을 찾아 정 후보를 지원했다.

이번 선거전에서도 민노당은 25일 권영길.천영세 의원 등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공을 들였고, 사측도 정 의원은 물론 부인 김영명씨까지 골목골목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쳤다. 개표 직전까지도 구청장선거 내리 3승을 기대했던 민노당의 울산시당 관계자는 오후 10시를 넘어서면서 김 후보가 2위 자리마저 한나라당의 박정주 후보에게 위협받자 "이럴 수가 있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당선자는 "민노당 출신 구청장들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념 일변도의 무책임한 행정을 펼친데 대한 주민의 심판"이라며 "정몽준 의원과 손잡고 주민 밀착형 행정을 전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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