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평양축전」 확실히 알고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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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학생들의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 참가문제가 대학가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큰 관심을 끌고있다.
전대협중심의 대학생들은 「남북청년학생이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는 가운데 정부나 정치권은 「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그 모임이 어떤 모임인지를 모른 채 순진한 학생들이 친목대회쯤으로 알고 갔다가는 당한다』며 오히려 우려와 걱정을 하고있다.
7월1일부터 8일간 열리는 평양축전 참가방침이 확정된 이 시점에서 참가를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국민들도 모두 평양축전의 성격을 분명히 파악, 면밀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청년학생축전은 이데올로기적성격의 정치행사다.
축전을 주관하는 「세계민주청년연맹」과 「국제학생연맹」은 소련이 주도하는 공산주의 전위조직으로 「레닌」의 세계 공산주의 전략에 입각한 반제·반봉건투쟁을 목표로 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평양축전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당과 수령의 누리에 철통같이 뭉친 우리 인민의 불패의 위력과 우리 나라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온 세상에 널리 시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축전은 세계청년학생들의 「반제연대성, 평화와 친선」을 표방하는 세계진보적 청년학생들의 「대정치 회합」이라는 것이다. <관계기사 5면>
평양축전은 정치행사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행사·체육행사 등으로 구분돼 진행되지만 정치행사는 대회기간 8일 동안 매일 「평화·군축·비핵」 등 24개 정치성격이 짙은 주제로 토론과 「반제재판소」를 운영하는 등 「정치선전장」이 될 것이다. 학생축전은 해가 거듭될수록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반해 문화예술행사·체육행사는 간소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85년 제12차 모스크바축전 때 13차 축전의 평양개최를 유치한 북한은 「88서울올림픽」에 의한 정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학생축전」을 『올림픽과는 비교되지 않는 국제적인 「대정치축전」』이며 『아세아에서 최초로 벌이는 조선인민의 경사』라고 선전해왔다.
실제 그들은 축전에 대비, 「안골 체육촌」(종합체육촌) 「학생소년궁전」 「105층 호텔」·2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 등 관련시설 건설에 연3천만명을 동원, 지난해부터 2차례 「2백일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평양축전에 대비한 예비축전의 성격을 띤 청년학생들의 「민족대축전」행사를 오는 4월말까지 갖는다. 예비축전은 정치·예술·체육·경제축전으로 구분, 진행되고있으며 특히 정치축전 토론회에는 4백6만9천여명이 참가해 2백18만9천여명이 직접 토론에 동원됐다.
이처럼 「평양축전」은 세계대학생들을 모아 벌이는 문화예술·체육행사가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사라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 북한은 축전기간을 통해 미군철수·팀스피리트훈련 중단·핵무기 철거 등의 주장을 펴 체제선전은 물론 대남선동에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평양축전 참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점을 냉철하게 인식해야하며, 아울러 북한의 학생단체가 우리처럼 자유로운 임의단체인가, 얼마나 정치화하고 숙련된 상대인가를 고려, 구체적으로 대응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사정은 어떤가. 학생들은 남북대학생교류 추진위원회가 정부주도라는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다.
당국 또한 축전참가 초청을 받은 전대협과의 접촉이 어려움을 내세워 시간을 끄는 듯한 인상이다.
남북문제는 치기 어린 감상이나 이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높은 벽을 앞에 놓고있다.
참가단 구성·추진절차 등에서 학생이나 정부당국은 더이상 자기입장만을 내세우지 말아야 하며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높은 차원에서 서로가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각계의 견해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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