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자신을 수사한 경찰을 검찰에 고발하려고 했다가 철회한 과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만류가 있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에게 ‘친형 강제입원’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 지사의 법률대리인인 백종덕 변호사는 6일 오전 11시 수원지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지사를 수사한 경찰관들을 고발하려고 했지만, 조금 전 민주당 중앙당에서 고발하지 말라고 공식 요청해 와 대승적으로 수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이기도 한 백 변호사는 “이는 이 지사의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분당경찰서는 지난 6월 초 바른미래당이 의혹을 제기한 이 지사의 일곱 가지 혐의를 수사한 뒤 ▶친형 강제입원 관련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분당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세 가지 혐의에 기소의견을 달아 지난 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사건을 넘겼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다. 수사 경찰과 지휘라인을 고발인 유착, 수사기밀 유출, 참고인 진술 강요, 영장신청 허위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런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 측 백 변호사는 이날 오전 유현철 분당경찰서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수원지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고발장을 결국 제출하지 않게 된 데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판단이 반영됐다. 이 지사 측에 “경찰을 고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 대표의 의중이 전달됐다고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 측에서 이날 오전 당 대표 비서실을 통해 당 지도부의 의견을 물어 왔고, 이 대표가 ‘집권 여당의 공직자가 경찰을 고발한다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다.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니 다시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의 전화를 직접 받고 나서 입장을 바꿨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백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당의 공식 요청’이라고 표현했고, 이 지사 측도 “당 고위 관계자가 직접 요청해 왔다”고 부연 설명을 하면서 이 대표가 전화를 직접 한 것으로 해석한 보도였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이 대표가 이 지사와 직접 통화를 했거나, 먼저 연락을 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이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고 권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이 지사의 경찰 고발을 만류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재집권을 위해 당의 단결력이 중요하다”는 평소의 의중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이 지사가 여당 인사인 만큼 경찰을 고발하기보다는 충분히 소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자칫 현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