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경찰관 고발 직전 이해찬 “상식에 안 맞아” 만류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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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자신을 수사한 경찰을 검찰에 고발하려고 했다가 철회한 과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만류가 있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19년 본예산 편성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19년 본예산 편성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에게 ‘친형 강제입원’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 지사의 법률대리인인 백종덕 변호사는 6일 오전 11시 수원지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지사를 수사한 경찰관들을 고발하려고 했지만, 조금 전 민주당 중앙당에서 고발하지 말라고 공식 요청해 와 대승적으로 수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이기도 한 백 변호사는 “이는 이 지사의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분당경찰서는 지난 6월 초 바른미래당이 의혹을 제기한 이 지사의 일곱 가지 혐의를 수사한 뒤 ▶친형 강제입원 관련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검사 사칭 ▶분당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세 가지 혐의에 기소의견을 달아 지난 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사건을 넘겼다.

이에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다. 수사 경찰과 지휘라인을 고발인 유착, 수사기밀 유출, 참고인 진술 강요, 영장신청 허위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런 경찰이 독자 수사권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 측 백 변호사는 이날 오전 유현철 분당경찰서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수원지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형님 강제입원' 등 혐의로 자신을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을 고발하기로 한 기존 입장을 바꿔 고발하지 않겠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이 지사 측 백종덕 변호사가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 철회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형님 강제입원' 등 혐의로 자신을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을 고발하기로 한 기존 입장을 바꿔 고발하지 않겠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이 지사 측 백종덕 변호사가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 철회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고발장을 결국 제출하지 않게 된 데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판단이 반영됐다. 이 지사 측에 “경찰을 고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 대표의 의중이 전달됐다고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 측에서 이날 오전 당 대표 비서실을 통해 당 지도부의 의견을 물어 왔고, 이 대표가 ‘집권 여당의 공직자가 경찰을 고발한다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다.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니 다시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의 전화를 직접 받고 나서 입장을 바꿨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백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당의 공식 요청’이라고 표현했고, 이 지사 측도 “당 고위 관계자가 직접 요청해 왔다”고 부연 설명을 하면서 이 대표가 전화를 직접 한 것으로 해석한 보도였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이 대표가 이 지사와 직접 통화를 했거나, 먼저 연락을 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이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고 권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면담에 앞서 참석지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민주주의 실천연대 면담에 앞서 참석지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이 지사의 경찰 고발을 만류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재집권을 위해 당의 단결력이 중요하다”는 평소의 의중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이 지사가 여당 인사인 만큼 경찰을 고발하기보다는 충분히 소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자칫 현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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