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 노후상품 최고 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한국이 노후 대비 금융상품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락한 노후를 준비하려면 매달 월급처럼 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자산이 부동산에 치우쳐서는 곤란하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MetLife)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헨릭슨(사진) 회장은 "고령화는 세계적인 문제지만 한국에서 특히 심각하다"며 "소득이 있을 때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를 소득 없이 보내는 퇴직 위기(retirement crisis)를 맞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4월 CEO에 취임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헨릭슨 회장은 25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이 아시아이고, 그중에서도 한국이라고 판단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고학력 사회가 되면서 근로 연수가 짧아지고 퇴직 후 잔여 수명이 길어져 퇴직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며 "퇴직을 앞둔 40~50대는 부동산에 치중된 자산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퇴직 후에도 일정한 현금 수입이 가능한 연금 상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헨릭슨 회장은 "부동산은 언제나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지만 가격이 내릴 수 있고, 현금화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만으로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며 생애를 마감할 때까지 현금이 지급되는 금융상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공적 연금이 잘 발달돼 있다는 미국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개인연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의 노후 보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노후 대비의 부담은 결국 개인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0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메트라이프의 시가총액은 상장 뒤 5년 만에 네 배로 커졌다. 이에 대해 헨릭슨 회장은 "세계적인 고령화와 노후 대비 상품의 증가 추세를 고려해 투자자들이 보험업의 성장성을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후 대비의 주력 금융상품은 보험 상품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이 보험상품 시장으로는 세계적인 '모델 시장'이라는 게 헨릭슨 회장의 시각이다.

한국의 경우 보험 고객의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에 상품 종류가 변액연금보험.최저지급보증연금.퇴직연금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데다 직접판매.방카슈랑스.텔레마케팅 등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창구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선 한 가지 상품만 팔리지만 한국은 역동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의 판매가 가능하다"며 "한국에서 신상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메트라이프=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7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최대 보험회사다. 보유계약액이 3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에는 1989년 코오롱그룹과 합작사로 진출한 뒤 98년 지분 전부를 인수해 독자적인 영업에 나섰다. 한국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메트라이프는 대한생명과 SK생명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