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위안부 할머니 소송낼 자격 없다' 취지 의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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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한부 합의 관련 헌법 소원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소송 낼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 논란이 되고 있다.

헌재에 "위안부 합의 헌소, 각하돼야" 의견 논란

한국일보는 5일 외교부가 작성한 ‘위안부 합의 위헌 확인’에 대한 답변서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에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심판 청구를 각하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 장관은 해당 소송의 피청구인이다. 외교부는 이 문서에서 “심판 청구가 헌법소원 절차와 요건상 부적합하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다루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란 본안 판단 이전에 소송 당사자가 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가 헌법 소원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는 그 근거로 ▶법적 효력을 갖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에 불과 ▶외교 당국자 사이의 정치적 선언으로 인해 개별 배상청구권을 비롯한 법적 권리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되지는 않음 ▶'이라크 파병' 등 고도의 외교적 행위는 헌법 소원 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각하한 전례 등 3가지를 들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본격 법정 다툼까지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송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내렷지만, 정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번 문서에 대해 “위안부 합의는 형식상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로, 국민들의 권리 의무를 직접 다루고 있지 않다”며 “합의의 잘잘못을 떠나 법리상 헌법 소원 대상은 아니라고 한 (원칙적인 수준의 답변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에 2016년 3월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고, 피해자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알 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9명과 유족 및 생존 피해자 12명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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