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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로 수술하고 원격 장비 수리 … ER 상용화 바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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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호 15면

하선영의 IT월드

#1. 세계 최대 소매점 체인 월마트는 지난달부터 미국 전역 4600개 매장에서 일하는 100만명 직원의 업무 교육 과정에 사용할 가상현실(VR) 헤드셋 1만7000대를 사들였다. 직원들은 자신의 매장에서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직원들이 처할 수 있는 모의 상황 45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배운다. 교육 프로그램은 VR 전문 스타트업 스트리VR이 개발했다. 재난 상황은 물론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최성수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시험 점수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교육받은 직원들보다 15% 높은 등 효과도 검증됐다. 미국에서는 월마트 외에도 보잉·UPS 등 대기업들이 직원 교육에 VR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진화하는 VR·AR·MR #VR 헤드셋 활용한 교육 효과 좋아 #해부학 수업 등 의료계 활용 많아 #뉴욕 브루클린, AR·VR 특화도시 #영국 ‘테스트 도시’에 3200억 지원

월마트·보잉 등 VR 도구로 직원 교육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 미국 증강현실(AR) 스타트업 스페이셜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원격 협업 서비스 ‘스페이셜’은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실물과 같은 크기의 아바타로 만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회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AR 안경을 착용하고 앱을 구동하면 3차원 공간에서 사람들과 만나 글과 이미지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스페이셜은 삼성전자 최연소 수석연구원 출신 이진하씨가 캐나다 기업인 아난드아가라왈라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실리콘밸리로부터 800만달러(약 9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최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확장현실(Extended Reality·ER)을 상용화한 각종 서비스와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VR게임방 정도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사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모의로 수술을 집도하기도 하고, 현장 직원이 혼합현실(Mixed Reality·MR) 헤드셋을 착용하고 원격으로 전문가와 영상 통화하면서 장비를 수리하기도 한다. 관련 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미국·중국·영국 등 각국 정부들은 정부 차원에서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가상현실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 중 하나가 의료계다. 국립싱가포르대(NUS) 의대는 지난해부터 해부학 수업을 가상현실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헤드셋을 끼고 손에 든 컨트롤러로 극렬한 운동이 다리 근육에 미치는 영향, 골반 관절이 동맥 흐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관찰하고 연구하게 된다. 통상 해부학 수업은 시신을 기증받아서 진행된다. 연간 300명의 신입생이 입학하는 NUS 의대지만 작년에는 45구의 시신이, 재작년에는 34구의 시신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300만달러(약 34억원)를 들여 VR 해부학 수업을 만든 것이다.

미국 의료 스타트업 오쏘VR은 가상현실을 활용해 의사들이 모의로 수술 집도를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판매한다. 이 시스템은 외과 의사, 병원 직원은 물론이고 의료기기를 파는 영업 사원들의 교육에도 도입되고 있다. 저스틴 바라드 최고경영자(CEO)는 “새롭고 복잡한 의료기술이 많아질수록 훈련과 실제 수술 간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환자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훈련 코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AR 앱(애플리케이션) ‘플레이스’를 활용하면 가구를 내 방에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다. 이 앱에는 애플의 ‘AR키트’과 구글의 ‘AR코어’가 적용되어 있다.

이케아 AR 앱, 가구 가상 배치해 봐

최근 확장현실(ER) 기술의 일환으로 MR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현실 세계에 가상현실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AR과 비슷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가상 환경과 직접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AR을 활용한 대표적인 게임 ‘포켓몬고’를 생각해보면 포켓몬 캐릭터는 주변 환경에 2차원으로 둥둥 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MR을 적용하면 실제로 내 옆에 있는 것과 같은 3D 캐릭터가 나의 움직임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5월 런칭한 ‘리모트 어시스트’는 혼합현실을 활용한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작업자가 원격으로 사무실에 있는 전문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실제 기계 앞에 뜨는 그래픽을 따라하면서 장비를 수리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VR·AR·MR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AR 글라스에 들어가는 광학용 렌즈를 개발하는 레티널은 지난달 말 카카오·네이버 등으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오래 착용해도 어지럽지 않고 깨끗하게 볼 수 있는 렌즈를 개발하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벤타VR은 VR 영상 특유의 피로감을 최소화한 3D VR 전문 콘텐트를 제작한다.

각국 정부들도 신기술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VR·AR 기술에 특화된 도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컬럼비아대·NYU 등과 협력해 브루클린에 VR·AR 전문 대형 실험실 ‘RLab’을 내년 초에 열기로 했다. 카렌 바티아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 부대표는 “관련 기술·연구·창작·투자 등을 집대성하는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며 “런던시와도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VR·AR 등 신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차세대 도시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내년에 상용화되는 5G(5세대) 통신망을 토대로 VR과 AR 등을 활용한 각종 미디어·문화·디지털 기술을 구현하는 ‘테스트베드 도시’를 뽑는 것이다. 선정된 도시에는 약 2억8100만달러(약 3200억원)를 지원한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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