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0년 만의 부활…한반도에 토종 여우 뛰놀고 따오기 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달 15일 오전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 따오기복원센터(이하 센터)의 관람 케이지. 자연 방사를 앞둔 따오기가 훈련받는 이곳은 넓이가 900㎡ 정도였다. 안내를 받아 관람 케이지 안으로 들어서니 20여 마리의 따오기가 있었다. 따오기는 오리처럼 종종걸음으로 달아날 뿐 날아가지는 않았다.

10년 전 중국서 온 따오기 부부 #363마리로 불어나 내년 봄 방사 #여우 30마리는 소백산서 서식 #황새·반달곰 이미 야생에 정착 #정부 “양비둘기 등 25종 우선 복원”

이성봉 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계장은 “여기 따오기는 이미 자연 방사 훈련을 받고 있어 사람들이 와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계장의 설명을 듣는 도중 따오기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다른 따오기도 일제히 솟구치며 편대비행을 했다. 대부분은 케이지를 5~6바퀴 돈 뒤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예비방사장에서 따오기들이 비상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예비방사장에서 따오기들이 비상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계장은 “케이지를 벗어난 적이 없어 아직 날개에 힘이 없다”며 "자연에 방사하려면 방사장(높이 20m, 3070㎡)으로 옮겨 비행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40여 마리 첫 방사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예비방사장에 따오기들이 모여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 예비방사장에 따오기들이 모여있다. 송봉근 기자

센터에서 따오기 복원사업을 시작한 것은 꼭 10년 전인 2008년. 2008년 10월과 2013년 중국에서 두 마리씩 들여왔고, 인공·자연부화로 이제는 363마리로 늘었다.

내년은 판문점 인근 대성동에서 1979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한반도 야생에서 따오기가 사라진 지 40년째가 되는 해다.

센터 측은 내년 상반기 첫 자연 방사 때 40여 마리를 방사할 계획이다. 센터 김성진 박사는 “자연 방사가 성공해야 진정한 의미의 복원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서 사라진 동물들, 다시 우리 곁으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950년대 이후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멸종위기 동물들이 오랜 복원 노력 끝에 하나둘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2004년 가장 먼저 지리산에서 복원이 진행된 반달가슴곰은 현재 56마리가 야생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0년까지 50마리로 개체 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한 토종 여우, 소백산에서 복원 

소백산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에서는 여우 복원이 한창이다. 지난 9월 5일 경북 영주시 소백산 여우생태관찰원에서는 어미를 졸졸 따라다니는 새끼 여우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우 가족 4마리였다. 취재팀이 다가가자 새끼들은 얼른 굴속으로 숨었고, 어미는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정우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여우복원팀장은 “새끼가 막 태어났을 때는 사람이 근처에 가면 새끼를 보호하려고 일부러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쥐잡기 운동에 개체 수 급감…2012년부터 복원 

소백산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 야생생물 Ι 급인 여우는 과거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60년대 쥐잡기 운동과 서식지 훼손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80년대 이후 멸종한 것으로 간주됐으나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여우 사체가 발견되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생태관찰원에는 현재 여우 90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은 야생으로 나가기 전 이곳에 머물며 적응기를 거친다.

정 팀장은 “새끼는 이미 먹이를 구하고 굴을 파는 것 같은 생존에 필요한 교육을 어미에게 다 받은 상태”라며 “자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족단위로 방사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복원을 시도하는 종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정 팀장은 “산속 깊숙이 들어가 살 줄 알았던 여우가 먹이를 찾아 민가 주변에 머물면서 차량이나 기차에 치여 죽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무 수거에 나설 정도로 여우가 자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종복원기술원은 자연 적응 훈련을 마친 여우 11마리를 9월 12일부터 30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인근 소백산 지역에 방사했다. 이미 복원에 성공한 19마리까지 총 30마리가 야생에 적응해 사는 셈이다.

서울에 산양 등장…“생태계 회복 증거” 

서울 용마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서울 용마산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산양. [사진 한강유역환경청]

멸종위기종 Ι 급인 산양도 월악산과 설악산을 중심으로 개체 수가 부쩍 늘어났다. 월악산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양 89마리가 야생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용마산에서 산양 한 쌍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박사는 “서울에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나타났다는 건 그만큼 생태계가 크게 좋아졌다는 의미”라며 “개발로 인해 사라진 동식물 복원에 성공해 생태계가 건강해지면 결국 그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독일에서 황새 도입…41마리 복원

황새 부부 교미 모습. [사진 예산황새공원]

황새 부부 교미 모습. [사진 예산황새공원]

충남 예산에서는 황새 복원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96년부터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과 독일에서 황새를 들여와 기르기 시작했고, 99년 처음 인공부화에도 성공했다.

황새복원센터에선 2015년 9월 황새 8마리를 자연 방사했고, 황새는 예산을 포함해 전국으로 흩어져 살고 있다. 이에 앞서 2009년 예산군은 황새 야생 복원을 위한 ‘황새마을 조성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고, 이곳에 13만5669㎡ 면적의 황새 공원도 조성됐다.

방사한 황새 중 한 마리는 2016년 3월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예성강까지 진출했다가 10일 만에 예산 황새공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2016년 봄에는 방사했던 황사가 자연에서 짝을 짓고 둥지를 틀어 자연 번식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황새생태연구원과 황새공원은 지금까지 30마리를 방사했고, 자연에서 태어난 것도 19마리나 된다. 폐사한 것들을 제외해도 현재 황새 41마리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김수경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사는 “황새들이 기대보다 자연에 잘 적응하고 좋은 서식지를 잘 찾는 것 같다”며 “북한 황해도나 평안남도에도 과거 황새가 번식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북한과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 25종 10년 내 복원키로

백두산 호랑이. [중앙포토]

백두산 호랑이. [중앙포토]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경북 영양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여는 등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267종의 멸종위기종 가운데 64종을 복원 대상으로 정했고, 토종 텃새인 양비둘기와 수원청개구리 등 25종을 우선 복원 대상 종으로 지정해 10년 안에 복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이미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쇠똥구리와 대륙사슴은 몽골과 러시아에서 수입해 복원할 방침이다.

남북 협력을 통해 끊어진 한반도 생태계를 잇는 사업도 추진된다. 또 백두산호랑이의 서식환경을 보호하는 한편 따오기·반달가슴곰 등을 남북한이 교환하는 사업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분단으로 인해 백두대간 생태축이 단절되면서 남북한 사이의 생물종 이동이 차단되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했다”며 “남북 간 협력을 통해 동북아시아 생태네트워크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창녕=위성욱 기자, 영주=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