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 늘려 사학 도와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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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학이 재정난에 봉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사정만도 아니다.
선진외국의 명문대학들도 학교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늘 고심하면서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돈이 모자라 상아탑이 바래고 퇴영해 버린다면 한나라의 장래가 결코 밝다고는 할수 없을 것이다.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특히 사학이 앞장선다. 낡은 교육시설과 실험 기기를 새것으로 바꾸고 교수의 연구기금과 학생들의 장학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고에 의존할 수 있는 여지는2·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공립대학의 국고지원은 83년 현재 74·1%다.
사립의 경우는 사학법인이 그 몫을 대신해야 할 터인데 이 또한 9·8%에 불과하다. 사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렇다면 대학은 사업소득이나 학생(수익자)부담이외에는 특정기부금에 의존하게 마련이다.
일본사립대학의 교육재원을 보면 3%가 기부금이다.
미국의 사립명문 하버드 대학교는 재원의 18.2%를 기부금에 의존하고있다.
고등교육기관의 사회적 기능을 높이 사고자하는 독지가의 손길이 어색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자녀의 입학을 전제로 하는 「입학조건부 기부금」에 있다.
이 발상은 교육제도나 사회적 인식이 전혀 다른 선진외국의, 그것도 재정문제 해결에만 집착하는데서 비롯된 듯 한데 이 입장은 자본은 투기없이 근검 절약하는 프로테스탄트의 윤리가 내면화된 토대 위에 축적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또 『기부금이 순수한 학문연구와 교육의 질적 향상에 사용됨으로써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다시 사회에 배출되는 형태로 환원됨으로써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공헌한다』고하는 방법은 제쳐놓고 합목적적으로만 생각하기도 한다.
공리주의가 지성탑을 좀먹어 들어가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
수학을 위해 쓸수 있는 장학금이 한사람분이 있고 이때 수혜를 기대하는 학생은 수학지진아와 우등생이 있을 때 당장 한사람의 수학능력을 키우기보다 우등생을 지원해 장기적인 포석을 하는 것이 사회의 「시정적 정의」를 구현하는 첩경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한사람, 그것도 자기자식의 입학을 기화로 하는 기부행위가 극단의 개인주의, 극도의 배금주의를 부채질하여 사회를 온통 알알이 흩어지는 사장으로 만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런 특혜로 인해 마지막 남은 최후의 보루인 대학의 권위마저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굳이 대학을 지식의 생산공장이라고 한다면 산업체에 특별금융지원 하듯이 정부가 보조의 수준을 높일 일이며, 보다 좋기로는 서울대에 조건없이 <호암 생활관><선경 경영관>을 지어주듯이 대기업·동문자산가, 또는 뜻있는 이들이 정성을 희사해 자본과 비자본의 틈을 더 벌리지 말일이다. <서울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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