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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3자 대화 하자” 유은혜 “공공성 강화안부터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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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립유치원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제안한 ‘3자 대화(교육부·한유총·전문가)’를 거부했다. 유 부총리는 “국민이 보기에 ‘대화해야 한다’고 볼 만큼 신뢰를 먼저 구축해야 하는데 아직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 초중고 감사공개 시사 #박용진 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선 #원비 자율결정 폐지방안 등 나와 #교육계 “유치원 획일화” 우려도

한유총이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나 공통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전격 수용하면 협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조건을 제시할 만한 협상의 건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실무선에서는 계속 대화를 해왔다”며 “한유총이 교육기관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어떻게 공공성을 강화하고 변화할 것인지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앞으로 초·중·고교 감사 결과도 실명으로 공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유치원 감사 결과는 법적 근거를 갖고 공개한 것이고 앞으로도 이번 사례가 바로미터(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주최한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도 초대됐지만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투명한 회계시스템 등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변선구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주최한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도 초대됐지만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투명한 회계시스템 등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변선구 기자]

이날 오전엔 유치원 비리를 실명으로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사립유치원이 자율적으로 유치원비를 결정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등 방안이 제시됐다. 박 의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금이 아닌 보조금으로 바꿔 횡령죄 처벌이 가능토록 하고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도입하면 부패와 비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한 사립유치원장은 “정부와 여당 말대로 하면 사립은 그냥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 킨텍스에서 유치원 원장들을 대상으로 대토론회를 연 한유총은 “설문조사를 해보니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폐원하겠다’는 원장이 다수였다”고 발표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사립 유치원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모는 것과 정부·여당의 강공 드라이브가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턱대고 국공립을 확대했다가 출산율이 급감해 공동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며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의 해결책을 내부에서 찾아야지 무조건 국공립 확대로 결론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가 유치원의 획일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예전엔 한국도 몬테소리, 발도르프 같은 다양한 교육방식이 존재했지만 정부의 누리과정 도입 후 대부분 사라졌다”며 “공공성이란 잣대로 모든 걸 획일화하면 창의성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한유총이 MBC를 상대로 낸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자료 공개가 신청인의 명예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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