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호 본즈, 베이브를 뛰어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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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통산 715호 홈런을 때린 배리 본즈가 관중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며 기록을 자축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연합뉴스]

그 홈런은 단지 담장만을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 역사를 넘었다. 그리고 베이브 루스를 넘었다. 이제 본즈가 가는 홈런왕의 길에 행크 애런만이 버티고 있다. 755:715. 40개의 홈런이 본즈에게 가능할 것인가.

배리 본즈(4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홈런 역사를 새로 썼다. 본즈는 29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김병현을 상대로 개인통산 715호 홈런을 때려냈다. 풀카운트 접전에서 승부를 피하지 않고 대든 김병현의 배짱과 그 공을 놓치지 않고 두들겨 가운데 담장을 넘긴 본즈의 탄탄함. 힘과 힘이 충돌하는 순간 본즈가 역사의 영웅으로 탄생했다. 구장에서는 폭죽이 터졌고, 본즈는 두 번이나 커튼콜을 받으며 대기록 수립을 축하받았다.

본즈는 이 홈런으로 왼손타자로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오른손타자 행크 애런만이 그의 앞에 있다. 1986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16개의 홈런을 때린 게 본즈 홈런 역사의 시작. 그는 21년째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홈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즈가 올 시즌 25홈런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 22개면 애런의 기록에 타이를 이룬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붙는다. '건강한 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 번의 무릎 수술을 받은 본즈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스윙 스피드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뛰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스테로이드와 관련된 주위의 차가운 시선도 본즈가 넘어야 할 벽이다.

본즈는 "베이브 루스를 존경하고, 그의 홈런 기록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야구에 미친 영향도 대단했다. 그러나 홈런왕은 행크 애런이며 나는 그 기록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홈런왕 아닌가. 나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과 홈런왕이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다 하고 싶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먼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즈는 올해로 자이언츠와의 계약이 끝나 또 한 번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본즈는 시즌이 끝난 뒤 자이언츠의 재계약 의사를 보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본즈는 이렇게 말했다. "뭐든 가능하다. 오래 뛸 수 있다면…."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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