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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학평가]구부리는 액정 개발한 포스텍, 마법 태양전지 만든 UNIS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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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 '혁신대학 평가'

김진영 교수가 연구실에서 유기태양전지 실험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유기태양전지 효율이 17%까지 올라 이제 효율 20%대인 기존 태양전지와 경쟁을 해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UNIST]

김진영 교수가 연구실에서 유기태양전지 실험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유기태양전지 효율이 17%까지 올라 이제 효율 20%대인 기존 태양전지와 경쟁을 해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UN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에는 ‘매직 핸드(magic hand, 마법의 손)’를 가진 교수가 있다. 셀로판지처럼 얇고 부드러운 신소재의 유기태양 전지를 만드는 김진영 교수다. 유기태양전지는 실리콘 같은 무기 반도체가 아닌 유기색소(有機色素)를 원료로 해서 만든다. 생체 색소가 분포된 얇은 막으로 태양광을 흡수하는 원리다.

연구실에서 태양전지 재료를 들고 있는 김진영 교수.[사진 UNIST]

연구실에서 태양전지 재료를 들고 있는 김진영 교수.[사진 UNIST]

“언젠가 스테인드글래스처럼 창문에 알록달록한 유기태양전지를 붙이는 날이 올겁니다. 유기태양전지는 비닐처럼 부드럽습니다. 반투명인데 색도 입힐 수 있거든요." 김 교수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앨런 히거(Alan J. Heeger) 교수 연구실에서 지난 2005년부터 2년 6개월간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 ‘매직 핸드’는 당시 히거 교수가 김 교수에게 붙인 별명이다. 1% 수준이던 유기태양전지 효율을 6%대로 올린 김 교수의 성과가 '마치 마술같다'는 의미다.

논문·특허 포함 지표 10개 반영 #국내 첫 '이노버시티' 순위 매겨 #포스텍 1위, UNIST 2위 #성균관대·KAIST가 뒤이어

김 교수는 귀국 후 2008년 UNIST에 둥지를 틀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UNIST는 교수들 연구를 지원하고 질 좋은 논문 생산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는 “학교에서 강의 부담을 줄여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 교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장비센터(UCRF)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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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창간 53주년을 맞아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진행하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대학을 알아보기 위해 '이노버시티(innoversity) 평가'를 이번에 처음 시행했다. 이노버시티는 '혁신'(Innovation)과 '대학'(University)을 합친 단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최상위 연구 성과를 내놓아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이란 의미다. 국내 대학들이 세계 대학과 경쟁하려면 세계가 주목할 만한 혁신적 연구 성과를 내놓는 것이 필수적이란 판단에 이번 이노버시티 평가를 처음 해봤다.

글로벌 학술 정보 분석 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와 함께 논문·특허의 탁월성을 살펴볼 수 있는 10개 지표를 선정했다. 해외에서 연구 혁신성 평가에 자주 사용되는 지표를 엄선했으며, 국내 대학들 의견도 반영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대상 대학 중 최근 4년(2013~2016년) 발간한 SCI급(과학기술인용색인)논문 수 400편 이상, 총 발명 수 200건 이상인 대학 48곳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UNIST는 2009년 개교한 신생 대학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 같은 연구자들의 논문 실적에 힘입어 이노버시티 평가 2위에 올랐다. 이 대학은 세계에서 피인용 횟수가 많은 상위 1% 논문(HCP) 비율이 3.18%로 가장 높았다. 논문의 양은 대형 대학보다는 적지만 100편 중 3편 이상이 HCP일 정도로 논문의 질이 우수했다는 의미다.
이노버시티 평가 1위는 포스텍이 차지했다. 논문은 물론 발명·특허 부문에서 압도적 성과를 냈다. 이 대학에서 발명 건수가 가장 많은 신소재화학과 이종람 교수는 2015년 특허청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왕'에도 선정됐다. 이 교수는 자유롭게 구부렸다 펴지는 플라스틱 화면(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한 주인공다. 그는 "기판 재료로 플라스틱·유리 대신 구부러질 수 있는 금속을 선택했고, 이를 평평하고 얇고 매끈하게 벗겨내는 데 성공하면서 공정 비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에 쓰이는 '나노막대'를 기존보다 수백 배 빠르게 만드는 기술도 내놓았다.

포스텍 신소재 공학과 이종람 교수. [사진 포스텍]

포스텍 신소재 공학과 이종람 교수. [사진 포스텍]

이노버시티 평가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대학의 교수들은 "연구 자율성과 대학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텍 이 교수도 "기술을 외부에 발표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의 연구가 필요한데, 학교가 기술의 가치를 강조하고 인프라를 꾸준히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3위는 성균관대다. 논문의 분야별 영향력 지수(CNCI), 기업과의 협업 비율 등 대부분 지표에서 고루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 대학의 박남규(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이영희(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연구재단이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과학자'로 선정한 13인에 포함됐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사진 KAIST]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사진 KAIST]

4위는 KAIST가 차지했다. 전체 발명 건수(3829건)가 48개 평가대상 대학 중 가장 많았다.  ‘바이오칩’ 양산 기술을 개발한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가 대표 발명가 중 한 명이다. 바이오칩은 혈액 몇 방울로 각종 질병을 진단·예방하는 기기다. 정 교수는 지난해 눈물 성분을 이용해 통풍을 저렴하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응용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과학기술 혁신성 평가는 이번이 최초다. 김진우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한국 지사장(공학박사)은 “그 동안 대학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한국이 SCI급 논문 규모에서 세계 10위권에 도약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면서 “앞으로 질적인 학술 성장에 집중한다면 한국의 연구 영향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노버시티 평가

혁신(Innovation)과 대학(University)을 합친 '이노버시티(Innoversity)' 평가는 국내 대학들의 과학기술 연구의 혁신성을 평가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실시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과 글로벌 학술 DB 분석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공동으로 지난 4년(2013~2016년)간의 논문, 발명 및 특허 실적을 분석했다. 일정 규모의 연구 실적을 보유한 대학만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4년간 SCI급 논문 400편, 발명 200건 이상인 대학만을 평가했다.

지표는 대학별 평균적인 연구 성과보다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최상위급 연구 위주로 설정했다. 논문과 관련해선 ▶세계 피인용 상위 1% 논문(HCP) 비율 ▶상위 10% 논문 비율 ▶분야별 논문 영향력 지수(CNCI) ▶분야별 상위(25%)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비율 등 4개 지표를 사용했다. 발명 및 특허와 관련해선 ▶전체 발명 수 ▶논문에 1회 이상 인용된 발명 비율 ▶발명당 피인용 ▶특허 중 주요 4개국(미국·중국·유럽·일본)에 출원된 비율 등 4개 지표를 사용했다. 또 협업(Collaboration) 관련해선 ▶기업과의 공동 연구 비율 ▶해외 학자와의 공동 연구 비율 등 2개 지표를 사용했다.

10개 지표별로 표준점수를 계산해 합산했으며,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매해 선정하는 우수 연구자(HCR)를 1명이라도 보유한 대학엔 10점의 가점을 추가로 부여했다.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심새롬·김나현 기자, 송령아·이가람·정하현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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