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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WLTP 시행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 ‘발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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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출가스 인증 방식인 ‘국제 표준 배출가스 측정방식(WLTP)’ 시행으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차를 내놓긴 했지만 정작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없는 신차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배출가스 인증 방식 #신차 내놓아도 인증 쉽지 않아 #유럽, 모든 차종 기준 통과해야 #9월 판매량 전년 대비 23% 감소

자동차 제조사들의 어려움은 판매량이 말해준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WLTP 인증 문제로 지난 9월 유럽의 신차 판매량은 112만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147만대) 대비 23%나 감소한 것이다.

측정 장비를 장착하고 실주행 테스트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3세대 CLS. 향후 출시되는 신차는 모두 이와 같은 시험을 거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측정 장비를 장착하고 실주행 테스트 중인 메르세데스-벤츠의 3세대 CLS. 향후 출시되는 신차는 모두 이와 같은 시험을 거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CO2 배출량 문제로 판매 중단하기도

새로운 배출가스 테스트는 실험실에서도 한층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새로운 배출가스 테스트는 실험실에서도 한층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에 빨간불이 들어온 제조사로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꼽힌다. 폴크스바겐 52%, 아우디와 포르쉐는 각각 67%나 판매량이 떨어졌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디젤을 시작으로 가솔린·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모두 WLTP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포르쉐 파나메라 하이브리드, 카이엔 하이브리드, 폴크스바겐의 골프 GTE와 파사트 GTE 등이 기준치 이상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문제로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포르쉐는 WLTP 인증을 받기 이전까지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와 카이엔 하이브리드의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출시 시기를 늦췄다. 배출가스 인증을 받지 못하면 합법적으로 도로를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 WLTP는 일시적인 판매 금지 명령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국내의 WLTP 인증 대상은 디젤차에 국한된다. 유럽보다 수월한 편에 속하지만 디젤차가 주력인 수입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올해 9월 이후 생산된 모델은 다시 WLTP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수입차들이 무더기로 몰리면서 신차 공급이 안 되고 있다.

디젤차 주력인 수입차 업계 직격탄

일부 수입사들은 이미 들여온 재고 모델을 대부분 소진했다. 차를 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9월 1943대의 판매 실적만 냈다. 전년 대비 65.3%, 전월 대비 35.6%나 감소한 수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신차 인증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차를 출시해도 소비자 인도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해서다.

WLTP 인증은 신차를 개발하면 반드시 시험을 거쳐야 하는 세계 표준 배출가스 측정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자국의 도로 사정과 운전자의 운전습관 등을 반영한 자동차 인증 제도를 운용했었다.

하지만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때 국내외 도로 주행 조건을 반영하지 못해 실도로 주행 여건과 상이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33개 주요 국가가 참여해 도로 주행 여건을 반영한 국제 표준 자동차 인증 제도를 개발한 것이 WLTP다. 연구개발은 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UN-ECE) 에서 자동차 관련 규정의 표준화 활동을 통해 진행한다. 그리고 UN-ECE 산하 자동차 배출가스 및 에너지 분과(GRPE)에서 인증 모드와 기술적 절차를 포함한 환경 및 에너지 관련 자동차 규제 안을 논의한다.

WLTP 인증을 통해 자동차가 내뿜는 배출가스 허용 기준이 수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험 주행 시간이 현행 1180초에서 1800초로, 주행거리도 11㎞에서 23.26㎞로 늘었다. 평균속도는 46.5㎞/h, 최고속도는 131.3㎞/h로 상향 조정했다. 인증을 받는 신차들은 더 빠른 속도로 오래 달려야 한다. 이는 엔진이 더 많은 힘을 내야 한다는 뜻이고, 결국 더 많은 배출가스 발생을 야기하는 조건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 제조사가 인증에 난항을 겪는 이유다.

푸조시트로엥그룹 모든 차량 기준 충족

물론 여유를 부리는 제조사도 있다.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다. PSA그룹은 지난 9월 푸조·시트로엥·DS의 모든 승용 차량이 WLTP 기준을 충족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PSA그룹은 2015년부터 WLTP의 도입을 적극 지지해 왔다. 새로운 기준 도입 이전인 2016년에는 자동차 업체 최초로 실제 주행 환경 조건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까지 PSA그룹의 자동차들의 연비와 질소산화물(NOx) 및 입자 개수(PN) 배출량 데이터 등의 결과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 WLTP=Worldwide Harmonis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의 줄임말로 국제 표준 배출가스 측정 방법으로 통용된다. 2007년 일본의 제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2014년 5월 공식 발표됐다. 신차는 2017년 9월부터, 기존 차량은 2018년 9월부터 이 기준을 따른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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