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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반도체ㆍ자동차ㆍ바이오 편중, 하락기 ‘독’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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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외국인 투자자의 ‘코리아 패싱’ 저변엔 국내 주식시장 대표주의 추락이 자리한다. 반도체ㆍ자동차ㆍ바이오 초대형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게 주가 하락기 독이 됐다.

코스피 상위 10개 종목 중 7개 신저가 기록 잇따라 경신 #삼성전자 코스피 시총 비중 20%, 10개사 38% 독식 #1위 종목 비중이 5~9%대인 미ㆍ중ㆍ일과 차이 #시총 상위 종목 흔들리며 전체 지수 낙폭 확대 요인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최근 1년간 최저치(52주 신저가) 기록을 이달 사이 줄줄이 깼다. 시총 1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ㆍ셀트리온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ㆍLG화학이다. 업종은 반도체와 제약ㆍ바이오, 자동차, 철강, 화학. 모두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산업이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가 전일 대비 36.15포인트(1.75%) 내린 2027.15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77p(3.46%) 내린 663.07을 기록했다. [뉴스1]

지난 2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피가 전일 대비 36.15포인트(1.75%) 내린 2027.15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77p(3.46%) 내린 663.07을 기록했다. [뉴스1]

이들 종목은 주가는 이달 1~26일 -8.34%(SK하이닉스)부터 -23.23%(셀트리온)까지 가파르게 추락했다. 특히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와 현대차 주가는 이달 중 신저가 기록을 4~5차례 갈아치우며 침몰 중이다.

지난해부터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반도체 경기 정점론, 미국 정보기술(IT) 업종 주가 하락에 따른 충격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이 정면으로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제약ㆍ바이오 업종 주가 부진에, 끊이지 않는 회계 감리 논란을 이유로 셀트리온을 포함한 제약ㆍ바이오 업종 부진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국내 증시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 반도체ㆍ제약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는 대만도, 미국도 그렇고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그런데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대표주다 보니 국내 증시가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25일 현대차 올 3분기 영업이익 ‘반 토막(지난해 대비 -49.4%)’이란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 하강에 기름을 부었다.

26일 현재 코스피 시총 10위 종목의 비중은 37.98%가 이른다. 이들 대부분 종목이 흔들리면서 코스피 하락에 가속이 붙었다.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종목의 부진은 한국 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이달 15.64%, 아멕스 생명공학 지수가 15.69% 각각 하락했다.

하지만 다른 주요국과 달리 이들 업종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내 주식시장의 현실이 ‘코리아 패싱’을 확대시키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

25일 현대자동차가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올 3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체 주가지수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전경. [연합뉴스]

25일 현대자동차가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올 3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체 주가지수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전경. [연합뉴스]

한국거래소와 블룸버그 통계를 보면 지난 26일 기준 시총 1위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다. 미국과 중국, 홍콩, 일본 같은 주요 증시 어디를 봐도 한 종목이 전체 증시 시총의 20%를 웃도는 현상은 찾을 수 없다.

미국 다우존스지수 구성 종목 중 시총 1위인 보잉은 9.87%를 차지하고 있고, 홍콩 항셍지수 시총 1위인 HSBC홀딩스(9.77%), 일본 닛케이225지수 시총 1위인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9.71%)도 10%를 넘지 않는다.

신흥국 증시 대표주자 중 하나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봐도 시총 1위 중국공상은행(5.52%)과 2위 페트로차이나(4.80%)를 합쳐도 10%가 되지 않는다. 한국만이 시총 1위 종목이 코스피 20%를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다.

소수 대형주 편중 현상은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이다. 물론 주가 상승기엔 별달리 문제 될 게 없었다. 외국인이 이들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싹쓸이 매수’를 했고 전제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기 대형주 독식 현상은 한국 증시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 정점론, 자동차 산업 위기론, 제약ㆍ바이오 회계 논란까지. 공교롭게도 시총 상위주를 둘러싼 악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는 한국 증시 전반의 위기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국내 시가총액 1위와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중앙포토]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국내 시가총액 1위와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중앙포토]

‘작지만 강한’, 위기에 버텨낼 수 있는 중소형 종목을 키우는 데 그동안 소홀했던 것이 주가 위기 상황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형 종목의 추락에 따른 코스피 2000선 붕괴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희정 센터장은 “정부나 기업이나 투자를 늘린다곤 했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고, 설비투자 지표는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금 재정 상태로 보면 기업은 2016년과 지난해 기업 이익은 늘면서 현금 흐름은 좋아진 반면 투자를 못하고 있으니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ㆍ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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