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29~30일 네 번째 방한, "북한과 만날 계획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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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9월 11일 외교부에서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9월 11일 외교부에서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 특별대표가 29~30일 방한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비핵화 방안을 협의한다고 미 국무부가 25일 밝혔다. 이 본부장이 21~23일 워싱턴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만난 지일주일 만에 한ㆍ미 대북 협상대표의 교차 방문이 이뤄지는 셈이다. 비건 대표의 방한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ㆍ미 고위급회담도 사실상 11월로 넘어가게 됐다.

북ㆍ미 고위급최담, 실무협상 11월로 연기 #이도훈 22일 방미 일주일 만에 미 교차방문 #남북철도 착공식 '제제 면제' 답 줄지 주목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활동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본지에 “내가 아는 바로는 비건 대표가 서울 방문 기간 중 북한 측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의 29~30일 방한은 네 번째가 된다. 취임 직후 9월 10~12일 방한했다가 중국과 일본을 돈 뒤 15일 다시 서울을 찾았다. 이어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동행한 뒤 7~8일 서울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약속한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북ㆍ미 실무협상이 20일째 지연되는 가운데 한ㆍ미 협의만 급박하게 진행되는 셈이다.

이도훈 본부장은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만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지와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어떻게 규합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본부장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초로 연기된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주도할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진전과 함께 연내 한국전 종전선언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방안 등에서도 조율했다.

이 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한 공동조사 및 착공식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협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멕시코 방문 등 바쁜 해외 순방일정 때문에 제대로 검토를 못 했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비건 대표가 방한에서 우리 정부의 남북 철도 사업 제재 면제 요청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네 번째 방한은 그만큼 한ㆍ미 사이의 긴밀한 조율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ㆍ미 대화를 앞두고 비핵화 전략은 물론 남북 철도사업 관련 현안까지 한ㆍ미 간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함에 따라 북·미 고위급회담은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은 커졌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 날짜·장소에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는 상황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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