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DMZ 통과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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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방북에서 합의한 금강산공동개발 등에 관한 승인문제와 함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또 오는 9일 민정당과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정 회장이 북한측과 합의한 남북한 통행·통신·통상문제 중 우선적으로 통행에 관한 우리측 입장을 확정하고 이를 오는 8일 열릴 예정인 남북고위당국자 회담에서 북측에 제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 3일『동·서독관계를 보면 양독간의 기본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교통협정이 먼저 체결됐었다』며 『우리국민들이 당장 휴전선을 통해 입북할 수 있다는데 북측이 동의했으므로 이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선 남북간에 통행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8일의 고위당국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간 협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반 국가단체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부터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국가보안법 6조1항이 남북교류에 상충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등 법적·제도적 미비점도 보완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현행 국가보안법규정에다가 「당국의 허가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예외규정을 삽입, 여행증명서를 발부하는 방안과 ▲별도의 남북교류기본법 또는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놓고 부처간 의견조정을 벌이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까지는 특별조치법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금강산개발착수를 전후해 먼저 관광객교류가 실현될 경우에 대비, 북한방문사증발급기준과 절차·관광객통과로 설치문제·통화교환방법 등에 관해 우리측 방안을 마련해 북한측과 교섭, 빠르면 연내에 이같은 문제가 타결되어 관광교류가 본격화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당국자는 이번 정주영회장이 북한측과 교섭한 바에 따르면 오는 4월 정회장의 2차 방북은 판문점보다는 동해안의 비무장지대를 통과하기로 되어있다고 전하고 만약 비무장지대의 어느 지점을 남북도로로 연결하려면 남북양측이 지뢰를 제거하고 지형변경에 관한 합의를 해야하는 등 복잡한 절차문제가 따라 정부레벨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따라서 정회장의 4월 방북은 일단 판문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며 동해안비무장지대통과도로는 금강산개발계획이 착수되어 관광객교류·건설장비 이동의 필요성이 생길 때 개통될 것으로 본다며 건설장비·각종 공장건설물자는 우선 동해안으로 선변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또 금강산개발계획은 북측이 빨리 착수해 빨리 끝내자는 입장인데 반해 우리는 외자유치·설계·공사감리 등을 제대로 하자면 7∼10년은 걸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각종 합작사업은 한꺼번에 여러군데서 시작하는 것보다 우선 순위를 정해 하나씩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또 개발사업에는 현대뿐 아니라 국내기업을 두루 참여시키고 자본은 철저히 민간베이스로 동원하되 가급적 미·일·독·불 등 서방기업과 공동 출자하는 형식을 권장할 것이라고 말하고 정 회장이 오는 4월 방북하면 금강산개발 7개년 또는 10개년 계획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남쪽 관광객의 북한방문이 허용될 경우 북한에서는 달러화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는 이를 승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시베리아 원동지역의 남북한공동개발은 미소관계 등을 고려, 신중히 응할 방침이며 원산조선소와 철도차량공장은 제품을 주로 소련에 수출한다는 점을 유의해 생산·수리대상에 소련의 전함은 제외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이도록 정부승인단계에서 정 회장에게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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