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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무마 급급한 정치수사 인상"-5공 수사발표 각계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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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31일 발표한 5공 비리수사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5공 비리의 구조적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여론무마에 급급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난이 많았으나 일부에서는 『미흡한대로 과거처럼 우격다짐이 아닌 법 절차에 의해 5공 비리를 청산했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었다.
시민들은 그동안 검찰수사가 5공 시절의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사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에 수사결과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 중 6공화국에 부담 없는 사람들만 검찰이 사법 처리한 것이므로 특별검사제를 도입, 계속 수사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기숙씨(53·현대사사료연구소장) =5공 비리 수사결과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5· 18 상처를 안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게는 미흡한 수사결과가 분노를 일으켜 이 지역 학생과 재야인사들에게 새로운 투쟁을 하도록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되돌려 재수사 할 것을 촉구한다.
◇안동일씨(변호사) =지난 7∼8년 동안 이루어진 비리와 범죄를 50일 정도의 짧은 수사로 다 파헤치기는 불가능하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꼬였던 매듭을 속 시원히 풀었다기보다 겉핥기만 하다 덮어둔 감이 있다.
정치적인 사안이면 몰라도 범죄수사에 있어 시한을 정해 마무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명칭에 관계없이 혐의점이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수사를 계속, 사법차원에서 5공 청산작업을 완료해야 할 것이다.
◇오음영씨(23·한양대건축공학 3) =검찰의 수사와 국회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이 어마만한 진실을 알아냈는지 의문이다. 특히 청문회에서 일부증인들의 몰염치한 답변태도로 미뤄 볼 때 검찰 수사결과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임국현씨(31·회사원) =5공 비리뿐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과거에만 집착할 수는 없다. 지난 날의 잘 못을 놓고 자칫 벌어지기 쉬운 지리한 싸움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이번 발표가 국력 소모방지, 정국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 차후 또다른 5공 비리가 밝혀질 경우 모처럼 회복돼 가는 대 정부신뢰도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으로 바꿜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신혜원씨(사랑의 전화총무) =처음부터 큰 기대는 갖지 않았지만 너무 미흡하다.
그동안 수사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다보니 국민들의 무감각만 초래한 것 같다.
보다 강력한 약물해독제역할을 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다.
◇정영붕씨(35· 상업) =국가 장래발전을 위해서도 미흡한 감이 있으나 이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지 않은 시간을 소비한 5공 비리문제로 여야가 티격태격 시끄러운 싸움판의, 양상을 보여주느니 합의를 통한 정책발전에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성자씨(36·주부·서울쌍문동 경남아파트 101동)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전두환씨의 국회특위증언거부로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전씨가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나와 사실을 사실대로 밝힌다면 국민은 역사의 심판 앞에선 전임 대통령에 대해 결코 차갑게만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문제로 더 사회가 시끄러운 것도 원하지 않는다.
◇김상배씨(37·회사대표·부산시중앙동) =광주문제와 5공 비리의 납득할만한 청산 없이는 우리 모두의 소망인 민주화는 힘들다.
5공을 청산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없지는 않으나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에는 크게 부족한 감이 많다.
시간을 두고 풀리지 않은 의혹부분에 대해 재 수사를 퍼 법에 따른 5공 청산을 마무리지어주길 바란다.
국민의 의혹이 풀리지 않올 경우 검찰수사는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순일씨(37·상업·대구시침산동) =5공 비리수사가 범죄적 차원의 수사보다는 정치일정에 좇겨 해결한 느낌이 많아 미흡한 느낌이다.
범죄수사는 범죄차원에서 해결해야지 정치적 차원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계속 수사의 여지를 남기고 있으므로 미진한 부분은 좀더 파헤쳐 진정한 완결을 지어야 하리라고 본다.
5공 청산은 빠를수록 좋고 과거 때문에 내일에의 전진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5공 비리 수사 사건일지>
◇88년12월
▲13일=김기춘 검찰총장 5공 비리 특별수사부(부장 박종철 중수부장) 설치 발표(수사대상 일해 재단 등 19건)
▲15일=장세동, 안현태 등 25명 출국금지조치
▲17일=10·26 당시 청와대 현금 9억원 행방 수사 위해 김계원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소환 서울 을지로 개발관련 당시 대한주택공사 사장 강신탁씨 소환.
▲19일=김계원, 노재현 전 국방, 정승화 전 육군 참모총장 소환
노스롭로비 관련 이민하씨 소환
▲20일=새 세대육영회 기부금납부 기업인 소환 시작
양정모, 이필선 전 제일은행장, 권철현 전 연합 철강회장, 장상태 동국 제강사장 등
▲22일=골프장 특혜인가 및 제2민항 허가와 관련, 차규헌 전 교통, 조중훈 한진그룹회장 소환
▲23일=일해재단, 연합 철강관련 김만제, 정수창씨 소환조사
▲24일=김근태씨 고문경관 이근안 경감수사 착수
▲29일=김종호, 차규헌 전 장관 등 5명 구속
◇89년1월
▲6일=이규승씨(이순자씨 삼촌)등 3명 구속
▲9일=일해재단 최순달 초대이사장 소환 조사
대한선주 인수과정 및 국제그룹 해체과정수사 위해 사공일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소환조사
▲11일=이리학봉·최순영씨 소환조사
▲12일=이학봉씨 구속, 연철주식 인수시 직권 남용혐의
▲13일=이준용 대림산업부회장 소환
▲17일=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소환조사
▲20일=김인배 전 일해재단 사무처장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
▲21일=정인용 전 재무장관 우편진술
▲25일=장세동·이원조·안현태 소환
▲27일=장세동 직권남용혐의 구속, 이·안씨 귀가조치
윤석민 전 대한선주사주 공금횡령혐의 사전영장 발부
▲31일=수사결과 종합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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