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야」(미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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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에는 예부 터 구정을 앞둔 음력 섣달 보름전후에 「웨이야」(미압)라는 모임을 갖는 관습이 있다. 기업체나 상점 주인들이 1년 동안 일을 시킨 종업원들을 집이나 음식점에 불러다 한턱 톡톡히 내는 풍습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망년회다.
그런데 이「웨이야」에는 으레 오리요리가 나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주인이 종업원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해고를 시키고 싶으면 오리의 꼬리를 그 사람 쪽으로 향해 놓는다. 그러면 그 종업원은 두말 없이 직장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요즘 대만의「웨이야」모임에서는 종업원들이 오리꼬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주인이 어느 음식점에서 어느 정도로 한턱내느냐가 더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그 실례를 지난 22일을 전후한 타이베이(대북)거리의 흥청거리는 모습에서 읽을 수 있었다.
환아 대 반점이라면 타이베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특급호텔이타. 그런데 이 호텔이 각종 기업체의「웨이야」모임으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거리의 수많은 음식점과 백화점도 밀려드는 관광객과 시민들로 인해 그야말로 남대문시장을 뺨칠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작년도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6천 달러가 넘었다. 우리의 2배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경제관행을 잘 아는 외국상사 직원들의 말을 들으면 1인당 실제소득이 9천 달러 정도는 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만은 이처럼 남아도는 외화를 주체하지 못해 작년에만 미국에서 3백50t이 넘는 금괴를 수입했다. 세계 연간 금 생산량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그래서 대만은 마치 중학생이 국민학교 학생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 어색함과 함께 팽창 감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북경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지 대만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은 대만에 상주특파원 한사람 없는 것도 그렇지만 대사관에 상무관 하나 없는 것을 봐도 그렇다. 주한 자유중국대사관에 5명의 경제 팀이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오늘 같은 치열한 무역전쟁시대에 상대를 모른다는 것은 바로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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