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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20주년 인터뷰 ②]"한일 야당 모두 분열해서 망해... 내년 6월 참의원 선거까지 개헌논의 쉽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가 이끄는 국민민주당은 원내 의석수 62석(중의원 38석, 참의원 23석)의 제 2야당이다. 그는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진보계열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4선 의원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희망의당 창당에 참여한 뒤, 올 5월 전 민진당 멤버들과 국민민주당을 창당하는 등 야권 재편의 주역으로 꼽힌다.

②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

민주당 시절 ‘전략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의원 모임’에서도 활동하는 등 한·일 관계에도 관심이 깊은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강화를 ‘라이프 워크(평생 힘 쏟을 주제)’로 가져가고 싶다” 고 말했다. 그는 “양국 정치가들이 서로 대립을 부추기는 일은 자제해야 미래지향적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두 나라가 약속을 성실히 지켜나가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김대중-오부치 선언(한·일 공동선언-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27일 국민민주당 대표실에서 이뤄졌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에 있는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에 있는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일본의 야당] "반대만 해선 공감 못 얻어...'대결과 해결' 모두 필요"

잘 나가던 재무성 관료가 왜 정치를 하게 됐나.
지금까지는 관료가 모든 걸 정했지만 앞으로는 정치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다. 자민당이 일본의 전후(戰後) 경제를 이끌어온 면도 있지만 낡은 굴레 속에서는 큰 개혁이 불가능하다. 자민당을 대신할 정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 들어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야당이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당이 갈기갈기 찢어졌기 때문이다. 당이 작아지면 국민들은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일본 야당은 지난해 중의원 선거 때 분열됐지만, 다시 한번 큰 덩어리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국민민주당은 해결책을 중시하는 ‘해결 노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선명성이 생명 아닌가.
단순히 반대만 해서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비판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정권교체를 한 뒤에 어떤 사회를 만들것인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대결과 해결’을 둘 다 지향하고 있다. 뭐든지 반대만 하는 건 시대착오적 생각이다.
야당인데 자민당에 가깝다는 느낌도 든다.
외교안보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니 현 정권과 닮았다고 보일수도 있다. 국민민주당은 생활자, 근로자, 납세자, 소비자를 위한 정당이다. 업계, 단체, 대기업 등을 배경으로 하는자민당과는 서있는 위치 자체가 다르다.
유튜브에서 ‘다마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인이 직접 길거리로 나가 동영상을 찍고, 판넬을 목에 걸고 시민들을 만나는 모습이 신선했다.
일본 정치인 중에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웃음) 나름 반향이 있었다.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정치인은 문신(타투)사 다음으로 나온다.(웃음)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다마키 채널'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다마키 채널'의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저출산 대책]"셋째부터 1000만엔 지원... 소비세 1% 증가분이면 충분"

일본 젊은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나.
직접 만나보니 의외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보육원 대기아동 문제, 직장에서의 임신, 출산 문제 등 고민들이 많았다.
셋째 자녀를 낳으면 1000만엔(약9750만원)을 주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일본 인구문제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셋째 자녀를 포기한 이유로 70% 이상이 경제적 문제를 꼽는다. 경제적 이유로 안낳는다면 경제적 지원을 해주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
한국에선 자유한국당이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1억원을 주겠다고 했다가 오히려 비난을 받았다.
첫째부터 1억원을 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첫째를 낳고 안낳고는 불임 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래도 셋째를 낳지 못하는 건 대부분이 경제적 이유다. 프랑스에선 셋째 자녀가 있는 경우 가족수당에 올려줬더니 출생률이 올랐다. 셋째 자녀 지원은 저출산 대책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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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가 아니라 ‘코도모(어린이)노믹스’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연간 일본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97만명인데, 이 중 셋째 자녀는 16만명이다. 이들에게 1000만엔씩 주더라도 1조6000억엔이면 된다. 소비세 1%를 올리면 2조7000엔의 세수가 확보되는데, 그 만큼도 돈이 안들어 간다. 미국의 무기를 사는데 돈을 쓰느니 차라리 일본 최대 문제인 저출산에 돈을 쓰는게 지금 취해야 할 경제정책이다. 저출산 대책도 되고 소비진작도 된다.

[아베 외교] "잘 한 것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뭐든지 일체화"

북한 문제에 있어서 ‘일본만 모기장 밖에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베 정권의 외교정책을 평가한다면.
잘 하는 점도 있지만, 뭐든지 트럼프 대통령과 일체화하고 있는 게 문제다. 일본이 주체성을 갖고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납치문제는 북·일이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 
납치문제만 강조하면 관계 진전이 어렵지 않나.
한국에도 납북자가 많은데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건 정치적으로 큰 판단이다. 일본은 납치, 핵, 미사일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큰 방침이지만,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솔직히 말하면 구체적 (핵·미사일) 성과없이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순 없다.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북한에 속지 않아야 한다.
한국에선 아베 총리가 3선에 성공하면서 개헌에 속도를 낼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개헌에 대한 전망은.
아베 총리는 상당히 열심히 개헌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어서 내년 참의원 선거까지는 잘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이기면 남은 임기에서 헌법 9조 개정에 속도를 낼 지도 모른다. 다만 내년 5월엔 일왕이 바뀌고 중요한 시대의 변화가 있는 시기여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테마를 다루지는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임기 내에) 승부를 보려고 할 수도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사진 다마키 대표 제공]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 [사진 다마키 대표 제공]

개헌 논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개헌에 찬성하나.
9조 1,2항은 건드리지 않고 자위대를 명기하겠다고 한 아베 총리의 개헌안은 문제가 있다. 자위대가 행사할 수 있는 자위권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다. 평화헌법은 일본이 평화국가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있어서 일종의 브랜드가 되어왔다. 이 틀을 바꾼다면 어떤 헌법이 일본에 가장 어울리는지 현실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한·일 관계] "대립 부추기는 것 자제해야...약속 성실히 지켜 신뢰 쌓아야 미래지향적 관계"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두 나라 정치가들이 서로 대립을 부추기는 것을 자제해야 미래지향적 관계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독도(일본명 다케시마)에 간 것은 일본인으로서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문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인들이 노력하는게 중요하다. 모처럼 합의한 위안부 문제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양국 간의 합의를 성실하게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두 나라가 약속을 성실히 지켜나가면서 신뢰를 쌓는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있어서 문재인 정권의 역할은 높게 평가한다. 다만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번영과 평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유라시아 철도도 완성되면 일본에도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동해에 새로운 경제권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에 있는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에 있는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민주당 시절 ‘전략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의원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데.
한·미·일 관계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연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오부치와 김대중 파트너십 선언에도 ‘젊은 세대 정치인의 교류’가 쓰여져 있다. 당이 분열되면서 지금은 교류가 중단됐지만, 초당파로 다시 한번 ‘전략적 한·일 관계를 생각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고 싶다.

[한·일 관계] "한·일 의원 모임 다시 만들고 싶어, 양국관계 강화는 '라이프워크'"  

1965년 한·일 협정의 주역인 오오히라 마사히로 (大平正芳)당시 외무상(이후 총리까지 지냄)과 먼 친척이라고 들었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총리와 오오히라 외무대신은 중·일 관계 개선에 힘 쓴 걸로 일본에선 알려져 있는데, 오오히라 자신은 한·일 관계 개선에 많은 추억을 갖고 있고 상당히 노력도 많이 했다. 오오히라는 같은 카가와(香川)현 출신이고, 재무성 선배이기도 하다. 그의 뜻을 이어가 한·일 관계, 아시아 관계 강화를 '라이프 워크'로 가져가려고 한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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