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 정계개편론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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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정동영 의장=(정계개편에 대해) 이대로 가면 10년 만에 다시 수구적 보수 정권이 들어선다. 그런데 이른바 '수구 3각 세력'은 날로 공고해지는 반면 평화민주개혁세력은 나뉘어 있기 때문에 연합하고 협력하는 틀이 필요하다는 원론을 강조한 것이다.

(합당엔 상대 당이 부정적인데)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지금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다시 수구적 보수 정권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머리를 맞대고, 그리고 연합의 틀을 만드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건 전 총리와의 협력은) 고 총리께는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핵심이 '한나라당과 함께할 순 없는 일 아닌가'라는 거였다. 똑 부러지게 그 부분을 확인해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참여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저는 그렇게(한나라당과 손잡는 일을) 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적 신망과 기대를 받고 있는 고 전 총리께서 나는 함께하실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선거 이후 패배 책임론이 나오면) 지금까지 국회의원, 최고위원, 당의장, 장관을 했지만 내가 진퇴를 스스로 결정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책임지는 정치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과연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선거 이후 신중하게 판단해서 행동할 것이다.

◆ 이강철 정무특보(본지 기자에게)=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 분열.갈등으로 비칠까봐 말을 참아왔다. 싸우려는 게 아니다. 현실을 바로 보자는 것뿐이다. 우선 (선거 후) 합당이나 정계개편으로 간다는 식은 임기응변이다. 진실한 반성의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 25일의 열린우리당 기자회견(싹쓸이를 막아달라는 호소문 발표)과 (정 의장의) 일련의 발언들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와 닿기 어렵다. 야당의 지방선거 독식을 막아달라면서 우리는 거대 여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하면 누가 반성했다고 하겠나. 지지율이 낮아 패배하는 선거다. 왜 지지율이 낮은지를 반성해야 한다. 정치세력의 부족과 지역정서를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합당론이나 정계개편론을 과연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특히 선거 때는 정계개편이나 합당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선거에서 나온 여론은 천심이다. 억울해 해서도 안 된다. 여권과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뼈를 깎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선거 후 결과를 놓고도 책임공방이나 정계개편을 운운하기보다 서민들의 민생문제 등 국민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하며 거듭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계개편은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국민적 합의와 동의 속에 추진돼야 한다. 투표를 며칠 앞둔 우리 국민은 정계개편이나 합당 등의 정치적 꼼수로 국민의 회초리를 피하거나 불평하기보다, 국민의 회초리 앞에 먼저 바지를 걷어올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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