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막후접촉이 변수-남북 고위회담 이루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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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는 2월8일로 예정된 남북한고위당국자회담 (북측은 「남북고위급 정치군사회담」으로 주장)을 위한 실무회담이 과연 열릴 것인가.
한미 정례 합동군사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 발표시일이 다가옴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측은 각종 대화제의를 하면서도 이 훈련의 중지를 선결요건인양 끈질기게 주장해왔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맞서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남북한 및 미소의 움직임을 보면 이 문제를 둘러싼 모종의 절충이 막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을 불러 일으켜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남북국회회담 예비접촉에서 팀스피리트 중지문제를 거론한 후 보여준 태도는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우리가 제의한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당국자회담·체육회담 등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팀스피리트 중지를 반드시 걸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이를 촉구해왔기 때문이다.
체육회담을 보면 김유순 북측올림픽위원장이 「준엄하게」경고를 한 후 며칠도 안돼서 우리측 제의를 그대로 수용한 회신을 보내 왔다.
고위 당국자회담에 대한 북측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6일 북측 연형묵 정무원총리는 강영훈 총리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고위당국자회담을 수락하면서 팀스피리트중지 문제는 서신 말미에 몇 줄 포함시켰다.
물론 그 정도만으로도 「고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틀후인 18일 북한조국평화통일위 서기국의 박영수 부국장이 행한 정세보고 내용을 보면 팀스피리트 중지에 관한 북측의 근본태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부에 상당히 강경한 주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은 여기서 팀스피리트 훈련을 강행하는 것 자체가 우리와의 대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이런 형편에서는 북남대화를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북측의 2중적 자세 때문에 북의 의도를 분석함에 있어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부정론자들의 논거는 △팀스피리트중지를 요구하는 북의 자세가 정도 이상으로 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회담에 나가는 것은 앞으로 하나의 선례를 만들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박이「대화가 아무리 소중하다고 하더라도 도발자들에게 대화를 구걸할 수 없고, 자기의 존엄을 훼손하면서까지 대화에 나갈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전하면서 북측이 예비회담을 무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팀스피리트중지를 요구하는 재야단체가 새롭게 결성되는 우리 국내상황, 정주영 회장의 초청에서 나타나는 정제교류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일단 회담 장에는 나와서 팀스피리트 중지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이에 덧붙여 소련이 최근 취한 대규모 정찰기의 서해비행과 타스통신의 보도가 관심을 끌고있다.
소기의 정찰비행은 한편으로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무마하면서 「군대는 훈련을 해야한다」는 점도 동시에 주지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26일자 타스통신은 『40여년 동안 얽혀온 한반도의 난제가 조금씩 그 실마리가 풀려가고 있다』며 『아직 몇 가지 장애가 상존해 있지만 민족화합을 위한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양측 노력이 구체적인 조치로 진전되어가고 있다』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논평이 나올 정도면 북한이 예비회담을 무산시켜 찬물을 끼얹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인 것이다.
또 중국에서 미·북한외교관 끼리 두 차례에 걸쳐 접촉을 가진 것도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3자 회담, 주한미군철수 등 근본문제에서 대립되고있는 미·북한이 이 시점에 접촉을 가졌다는 것은 팀스피리트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의 다른 고위소식통은 30일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으나 현재까지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일단 2월8일의 예비회담에는 북측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결국 팀스피리트와 관련한 남북예비회담의 성사문제는 막후절충의 결과에 따라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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